• <윤창중 칼럼세상>

      김문수, 버려야 산다!

     

  •  결단을 확 내리지 못하고 또 우물쭈물! 경기도지사 김문수, 박근혜의 고집대로 현행 경선 룰을 고치지 않는다 해도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온 게 벌써 언제인데, 계속 고민 중이라는지.

    이러다가 박근혜가 다음 주 전격적으로 경선 캠프 차리고 대선 출마 선언해 버리며 그래 해볼 테면 해 보라고 외골수로 치고 나가면? 김문수가 뒤늦게 참여하겠다고 해보니 박근혜의 카리스마에 어쩔 도리 없어 질질 끌려가는 것 밖에 되지 않고, 생색도 내지 못하게 된다.

    경선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 김문수가 참여하니 마니 하는 소리가 박근혜 캠프에서 흘러나와 ‘차차기(次次期)’니 뭐니 구질구질한 보장이라도 받고 참여하는 것처럼 스타일 구기기 전에 왕창 쏟아버려야 하는 것인데도. 김문수, 또 때를 놓치고 있다.

    들려주고 싶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그 유명한 김영삼의 어록 중 한 구절! 또 한마디, “정치는 결단과 용기다!” 돌진하다가도 이게 아니면 뒤 돌아보다가 아까운 시간 버릴 것 없이 빨리 명분 찾아 후퇴해야만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경선 룰에 상관없이 참여하겠다. 무조건 참여! 이미 명분도 다 나왔다. 레닌이 말 한대로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 이미 김문수에게는 정해졌다.

    왜 김문수에겐 ‘무엇을 할 것인가’가 정해졌는가? 계산을 잘해봐야 한다. 비박(非朴) 3인방 모두 8월19일 경선에 불참하면 박근혜가 큰 상처를 입는 건 사실. 그러나 대선이 4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래서 경선이 파탄나면? 김문수는 비박 3인 중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노동운동가→국회의원 3선→경기도지사 재선을 거치며 쌓아온 세월을 한 순간에 날린다. 다른 비박 2명은 원래 상처투성이니까 피해고 뭐고 따질 것도 없지만.

    손학규, 이인제도 저렇더니 김문수도? 그런 여론 하나로 대충 도지사 임기 채우다 정계에서 ‘은퇴’하게 된다. 재기할 기회가 없어진다. 감정 빼고 이성적으로 잘 헤아려야 한다. 김문수!

    정치는 주연(主演)이 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지만, 주연이 정 어렵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조연(助演) 자리를 기민하게 찾아 앉아야 스타로 부상할 수 있다.

    1970년 대통령 박정희의 대항마가 되겠다며 신민당에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40대 기수들이 격돌한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 YS의 압승이 예상됐었다. 40대 기수론을 가장 먼저 치고 나왔고, 당수(黨首) 유진산계의 지원 약속을 이미 확보하고 전당대회장에 들어갔기 때문.

    그러나 1차 투표에서 1위 김영삼, 2위 김대중, 3위 이철승이었지만, 누구도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결선-하지만?

    그 사이, 김대중·이철승 참모들 간의 말 그대로 막후협상을 통해 이철승에게 차기 당권을 보장하는 합의각서를 써 준 DJ의 드라마틱한 역전승!

    바로 이 순간, YS는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 잡고 당원들을 향해 외친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김대중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며 나의 승리다. 나는 김대중씨를 위해 거제도에서 무주구천동까지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지 갈 것이다.”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시민회관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양김(兩金)의 본격 등장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

    권력은 선(線)이 굵고, 배짱 큰 정치인에게 기회를 던져준다. 적어도 쩨쩨하게 보이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쩨쩨하게. 대권 도전 제일성으로 경선 룰부터 시비 걸고, “내가 박근혜보다 6개월 오빠다” 같은 썰렁개그나하고.

    고작 6개월 먼저 태어난 먼 친척 오빠가 성적표로는 안 되니까 나이로 눌러보려는 치기인지 뭔지. 비박들과 섞여 다니면서 툭하면 경선 불참이니 탈당이니 노래하 듯 하는 ‘쩨쩨그룹’!

    김문수, 여기에서 정리하라! 일단 ‘전격 U턴의 결단’을 빨리 내리고 보라! 그래서 새누리당이 경선을 치르게 하도록! 그러다보면 김문수는 미래가 열린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스타가 돼 있더라는 말처럼.

    김문수가 더 큰 정치지도자가 되겠다고 한다면 배워야 한다. 타이밍의 정치, 결단력과 용기!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로 좌파·종북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 김문수는 그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버려야 살 수 있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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