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50사단 홍성태 면대장, 자신만의 노하우로 수훈 대상자 68명 찾아“무공훈장을 찾아 드리는 것 큰 보람…더 늦기 전 명예 찾아드리겠다” 다짐
  • 예비군 동대장(또는 면대장). 예비군 훈련을 받아 본 대한민국 남성들의 눈에는 '한가해 보이는' 직업이다. 하지만 최근 경북 지역에서 6.25참전용사들의 무공훈장을 찾아주기 위해 발로 뛴 동대장을 만나보면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갈 것이다.  

    주인공은 육군 50사단 영덕대대 축산면의 홍성태 면대장(군무원 5급, 52세). 

    홍성태 면대장은 2009년 강구면대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6.25 참전용사로 무공훈장을 받지 못한 영웅들을 찾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육군본부로부터 통보받은 수훈 대상자 12명 중 5명을 찾아냈다.

    홍 면대장은 당시 무공훈장 수훈자를 찾아내면서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의 ‘잃어버린 영웅’들이 매우 어렵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 ▲ 1952년 7월 美5공군 사령관 그렌 바커스 중장이 윤응렬 당시 공군소위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 윤 소위는 미쉘 위의 할아버지와 함께 참전했다. 사진 속 '전쟁영웅'은 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많은 '전쟁영웅'들이 기록오기 등으로 훈장을 받지 못한 채 불우한 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 1952년 7월 美5공군 사령관 그렌 바커스 중장이 윤응렬 당시 공군소위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모습. 윤 소위는 미쉘 위의 할아버지와 함께 참전했다. 사진 속 '전쟁영웅'은 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많은 '전쟁영웅'들이 기록오기 등으로 훈장을 받지 못한 채 불우한 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찾았을 때 이미 돌아가신 어떤 분은 상이용사로 평생 생활고에 시달리며, 술 마시고 한탄만 하다 돌아가셔 유가족들의 원망만 사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유가족들에게 ‘아버님께서 화랑무공훈장을 2개나 받으신 전쟁 영웅’이라고 전한 뒤 가족들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풀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제가 좀 더 빨리, 살아계실 때 찾았더라면 그들의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 무공훈장을 찾아드림으로써 수훈자들이 잃어버린 명예를 찾아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홍 면대장은 이때부터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이용해 ‘잃어버린 영웅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단서는 명부의 이름과 주소 뿐. 홍 면대장은 10년이 지난 전화번호부를 확보해 검색하고, 가족들이 쓰는 이름의 돌림자를 이용해 신원을 파악했다. 문중이나 마을이장, 마을회장 등 그 마을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을 탐문해 역추적 방법으로 당사자를 찾아냈다.

    그 결과 2009년 5명,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9명의 ‘잃어버린 영웅’을 찾았다. 2012년에는 44명이나 찾았다. 홍 면대장이 찾아내, 현재 추가로 무공훈장 수훈 심사 중인 대상자도 10여 명이나 된다.   

  • ▲ 홍성태 면대장이 최근 찾은 '무공훈장 주인' 김도현 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홍성태 면대장이 최근 찾은 '무공훈장 주인' 김도현 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 면대장은 이렇게 ‘잃어버린 영웅’들을 찾아내면서 울기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수훈 대상자를 찾아가 과거 군 생활 경험담을 듣고 이분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그 분(수훈 대상자)과 함께 울었던 적도 많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찾아 드렸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찾아드려야 하는냐가 더 중요하다. 수훈자 대상자로부터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을 때, 너무 늦은 것 아닌가하는 죄책감도 든다.”

    홍 면대장이 최근에 찾은 ‘잃어버린 영웅’은 김도현(85) 옹이다. 김 옹은 이름과 군번 기록이 잘못되어 지금까지 수훈 대상자인 줄 모르고 살아왔다고 한다. 이름 중 도(燾)가 수(壽)로 기록되어 수훈명부에는 김수현으로, 1640번인 군번은 1648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홍 면대장은 전화번호, 마을 이장을 수소문해 한자가 비슷한 김도현 옹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직접 한자로 쓴 기록에서 군번의 오기도 검증해 김 옹이 수훈 대상자임을 확인했다.

    김도현 옹은 1948년 입대해 6‧25전쟁이 터지자 육군 3사단 소속으로 초산전투와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했다. 김 옹은 당시 훈장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훈장이 나오지 않길래 본인은 대상자가 아닌 줄 알았다는 것이다.

    육군 인사사령부는 이처럼 ‘잃어버린 영웅’을 찾기 위해 노력한 홍 면대장에게 2009년과 2011년 인사사령관 표창을 수여했다. 지난해에는 재향군인회의 추천으로 지역 국회의원 포상도 받았다.

    한편 육군은 오는 6월 25일 경북 영덕군에서는 김도현(85)‧박재채(84) 옹 등 살아있는 2명과 이미 작고한 42명의 ‘무공훈장’을 60여년 만에 수여할 예정이다.

  • ▲ 육군은 1989년부터 '무공훈장 주인 찾아주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육군은 1989년부터 '무공훈장 주인 찾아주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육군은 1989년부터 6‧25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 주인 찾아주기’ 사업을 펼쳐 왔다. 20여 년 동안 16만여 명의 대상자 중 9만4천여 명(58%)에게 ‘주인 잃은 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무공훈장을 찾지 못한 수훈 대상자들은 동명이인이거나 주소 등 기록착오로 그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홍 면대장과 같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