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희 마침내 입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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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조선의 시사토크 <판>이 김현희를 인터뷰 했다. 곁에서 조갑제 기자가 해설을 도왔다. 이 프로를 보면서 느낀 것은 격심한 분노였다. “김현희는 가짜...”라고 한 노무현 정권과 그 국정원과 MBC에 대한 분노는 차라리 둘째였다. 가장 큰 분노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것이었다.

      왜? 노무현 좌파집단이 김현희를 가짜로 몬 것은 극악무도한 범죄였지만 그것은 “그 자들은 좌파니까 당연히 그랬겠지” 하고 해석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명색이 좌파 정권을 교체한 정권이라면서도 김현희를 가짜로 만드는 공작의 실무를 담당했던 당시의 국정원 요원들을 여전히 그대로 놔두고 있었다(현재는?)는 것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선 이게 대체 대명천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가 하는 분통으로 가슴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에 김현희가 억울하고 통분한 심정을 편지로 써서 이동복씨에게 전한 것이 신문에 보도됐을 때도 그 요원들은 “정권 또 바뀌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했다고 한다. 노무현 때 김현희씨를 괴롭히며 아예 이민을 가버리라고 했다는 그들이었다. 그런데도 자기네 부처가 수사해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을 좌파정권이 지시했다고 해서 제 손으로 다시 ‘조작’이라고 조작하려 했던 그들이 정권이 다시 바뀌고 나서도 사과는커녕 오히려 그 부처에 그대로 앉아있으면서 “정권 또 바뀌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했다니, 이명박 대통령이란 사람은 도시 무엇 때문에 이런 친구들을 그대로 품에 안고 있었다는 것인지, 입이 있으면 어디 한 번 말해보라.

      이명박 대통령이란 사람은 퇴임 후가 불안한 사람이다. 내곡동 사저 문제, 민간인 사찰문제도 그렇지만, BBK 사건도 다시 재론될 것이 거의 불을 보듯 환하다. 이럴 때 그를 변호해줄 사람이라곤 이 세상에 없다. 그가 보수라면 천상 보수 세력이 편들어 주고 방어해 줄 법 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란 사람은 취임 초에 이미 보수하곤 남남이 되었다. 그 자신이 그를 뽑는 데 열심이었던 보수를 냉대하고 따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좌파가 그의 퇴임 후에 그를 손 보려 한들 어느 보수가 미쳤다고 그를 편들어 줄 것인가? 김현희의 “현 정권 들어서도....”란 증언 대목을 듣자면 이명박 대통령이란 사람은 정말, 지난날의 좌파 정권의 패악과 음모에 분개하는 보수가 봐주려야 봐줄 수 없는 까닭 하나가 더 느는 느낌이다.

      좌파정권의 김현희 조작설을 조작하려 한 부류에 대해 아무런 공분조차 느끼지 않은 이명박 정권은 그 점에서도 좌파에 앞서 우파에 의해 마땅히 냉엄하게 벌 받아야 한다. 이런 영혼 없는 정권은 건국 이래 처음 본다. 하기야 제2 연평해전에서 산화한 참수리호 장병들 추모식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니 말은 해 무엇 하리.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