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계의 '교회 오빠(?)' 김현욱, 프리랜서 전향예능-행사-방송 진출 NO!.."청소년 스피치 교육 전념"
  • "나이 마흔에 친정 떠나는 심정, 아시나요?"

    인자한 미소와 편안한 말투, 넉넉한 웃음으로 아나운서계의 '교회 오빠(?)'로 통하는 김현욱(40) KBS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선언을 했다.

    김현욱 아나운서는 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프리랜서 전향을 고민해 왔는데, 더 이상 미루다간 전업할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용기를 냈다"며 "이미 지난달 아나운서실에 프리 의사를 전달했고 내달 5일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아나는 "최근 여러 후배들이 프리선언을 하고 예능·방송 분야로 진출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KBS 입사 이래 유독 교육 관련 프로그램 진행을 많이 해 왔다"면서 "자연스레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와중에 자라나는 아이들,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우리말을 가르쳐 보자는 꿈을 남몰래 키워왔었다"고 밝혔다.

    "요즘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특히 욕설이 일반화 된 언어폭력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고 봅니다. 말 한마디로 왕따가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도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말을 제대로 순화해서 하는 습관만 기른다면 폭력적 성향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예컨대 '말 지킴이' 같은 것을 만들어 청소년 언어 문화를 계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아나는 "초중고생들이 실생활에서 올바른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우리말 스피치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 중인데, 그 첫 번째로 청소년 및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책 발간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배들과는 분명 다른 길을 갈 겁니다. 그래서 딱히 롤모델도 없습니다. 제가 내딛는 걸음 하나하나가 국내 최초인 셈이죠. 아나운서에서 에듀테이너로 새출발을 한다고나 할까요? 지금은 기초 단계지만 나중에 교육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소외된 지역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교육을 하는 등 공익 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프리선언 후 후배 아나운서들의 전화도 많이 받았단다. 막내 아나운서들이 들어오면 밥이나 술을 제일 먼저 사는 사람이 자신이라 후배들과의 사이가 무척 애틋하다(?)는 게 김 아나운서의 전언이다.

    "지역 방송에 나가있는 후배들한테도 전화가 많이 왔구요. 전현무, 조우종 등 친한 후배들도 전화를 걸어 축하를 해주더라구요. 현무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형이 세운 계획대로 잘 되길 바랄게'라는 격려를 해줬어요. 언제나 든든한, 식구 같은 동료들에게 듣는 조언이라 정말로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실에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제일 먼저 나서며 동료·후배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챙기는 김 아나는 KBS 아나운서실에서도 '가장 실속 없는 선배'로 꼽힌다.

    후배들의 결혼식 사회를 도맡아 하고, 얼마 전 차다혜 아나운서에게 오작교까지 놓아준 장본인이지만, 정작 자신은 '40년째' 솔로로 지내고 있다.

    "프리선언을 결심할 때 제일 걸림이 됐던 게 바로 결혼 문제였어요. KBS 입사 후 수억원(?)을 축의금으로 쏟아부었는데 저는 본전도 못 건지고 나오게 됐네요. 하하."

    휴대전화에 3천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을 정도로 폭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그도 '여복 '만큼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사업운'은 타고 났던지, 지금도 교육업계에서 수도 없이 러브콜을 해 오고 있다고.

    "일단 관심 분야였던 교육 쪽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방송일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꿈꿔 왔던 일을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는 필드에 나가서도 동료 선·후배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감으로써 일종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혔다.

    "방송국에만 몸을 담고 있으면 밖에서 도는 소식이나 정보들에 조금은 어두울 수 있잖아요? 그런면에서 제가 필드에 있으니 밖에서 돌아가는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정보를 서로 주고 받는 것은 모두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2000년 공채 26기 아나운서로 KBS에 입사한 김현욱 아나운서는 그동안 '도전 골든벨', '체험 삶의 현장', '청년불패', '유유자작', '생생 정보통', '스카우트', '아침마당' 등을 진행하며 탁월한 진행 솜씨를 발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