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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정학회 표절 규정>
제1조(정의)
본 학회는 표절을 고의적으로나 또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타인의 지적재산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제2조(유형)
본 학회는 다음의 두 가지 형태를 표절의 대표적 행위로 규정한다.
① 원 저자의 아이디어, 논리, 고유한 용어, 데이터, 분석체계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임의로 활용하는 경우.
② 출처는 밝히지만 인용부호 없이 타인 혹은 자신의 저술이나 논문의 상당히 많은 문구, 아이디어, 자료 등을 원문 그대로 옮기는 경우.
무려 17페이지를 가져다 썼다. 하지만 인용 각주를 매긴 것은 4차례에 불과했다.
‘컨셉트’를 ‘컨셉’으로, ‘샘플링’을 ‘표본’으로, ‘한자’를 ‘한글’로, 일부 낱말과 표현을 조금 바꿨을 뿐이다.
이런데도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의 논문은 표절이 아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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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 ⓒ연합뉴스
■ 논문 표절, 검증하지 않은 대학들이 가장 큰 문제
학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고문헌’이라는 전제 하에 마구잡이로 논문을 표절한 것은 관행처럼 여겨졌었다.
논문을 쓸 때 다른 사람의 글이나 참고 서적을 인용하는데 그 내용에 대해 인용 표시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의 아이디어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베끼는 것은 도둑질이나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학들이 별도의 연구윤리지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논문 표절은 근절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고질병이다.
중앙대 박흥식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자기 것처럼 통째로 베꼈으면 표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국행정학회 학회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는 각종 논문 표절 문제의 경우 대학 측의 책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대학들의 형편없이 낮은 ‘연구 윤리의식’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학위를 검증하는 대학 논문 심사위원회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해줬더라면 이러한 논란이 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표절 의혹이 제기되는 논문을 통과시킨) 대학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4~5년 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처음으로 표절 문제를 연구할 당시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에 표절 없는 책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라는 일부 교수들의 목소리가 있었고 현재까지도 논문 표절은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계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지 못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문대성 논문 표절 사건으로 드러난 고질병
이러한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계기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 문대성 당선자(부산 사하갑)의 논문 표절 사건이다.
국민대학교는 20일 표절 논란을 빚은 문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상당부분을 표절로 판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채성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장은 “박사학위 논문 연구주제와 연구목적의 일부가 명지대 김모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중복될 뿐 아니라 서론, 이론적 배경 및 논의에서 기술한 상당 부분이 일치해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대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애초에 국민대가 똑바로 논문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밟았다면 문제가 이토록 커질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문 당선자는 지난 2007년 8월 국민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12주간 PNF 운동이 태권도 선수들의 유연성 및 등속성 각근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6개월 전인 2007년 2월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모씨가 ‘태권도 선수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PNF 훈련이 등속성 각근력, 무산소성 능력 및 혈중 스트레스 요인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내용과 거의 동일했다.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자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 당선자는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까지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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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과 문대성 부산 사하갑 당선자 ⓒ연합뉴스
■ 16~17페이지 통째로 가져다 썼으면서 4회만 인용 각주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은 지난 2004년 2월 경희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에 ‘브랜드이미지가 상품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정당 후보자 이미지의 영향력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정세균 의원이) 1991년 6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제출된 이모씨의 석사학위 논문 ‘정치마케팅과 우리나라 정당의 이미지 형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상당 부분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요약하자면 정세균 의원이 박사학위 논문을 받기 위해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출처를 모두 밝힌 바 있으며 대꾸할 가치도 없는 억지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즉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뉴데일리>가 확인한 결과, 정세균 의원의 논문은 이모씨 논문의 아이디어를 단어, 표현만 바꿔 적용한데다 16~17페이지나 복사하듯이 옮겨 놓았다.
민통당이 “출처를 모두 밝힌 바 있다”고 한 부분도 사실과 달랐다.
정세균 의원은 총 14개 단락에 달하는 이씨의 논문 내용을 자신의 논문에 게재했다. 그러나 인용 각주를 달아 놓은 것은 35p, 38p, 46p, 48p, 총 4회뿐이었다.
참고문헌엔 표시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단 한 줄로. 문제는 참고문헌에 포함했더라도 원문을 그대로 전재할 경우에는 주석을 달아 인용 사실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 원칙이라는 점이다.
이밖에도 정세균 의원은 1998년 출간된 이종은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의 저서 ‘정치광고와 선거전략론’을 무단 전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정세균 논문 문제없다는 경희대는?
이쯤에서 경희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세균 의원은?”
서울지역의 한 대학 교수는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정 의원의 논문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심사를 했던 교수들이 판단할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만약 문제가 있다면 당시 (정 의원의) 박사학위 심사를 맡은 경희대학교 심사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경희대가 충분히 논문을 검토했어야 한다. 공과대학 같은 경우는 시말서를 써야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대성 당선자는 문제의 논문으로 대학교수를 했고, 정세균 의원은 카피(복사) 논문을 가지고 이익을 취하거나 직업상의 (교수) 신분 상승을 취하지 않은 것이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계 내에서 정세균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논문 심사를 담당한 경희대는 요지부동이다.
정 의원의 논문심사를 책임졌던 경희대 박기안 교수는 “(정당한) 심사 절차와 형식을 갖춰서 통과시킨 것으로 인용한 논문의 출처를 이미 밝혔고 출처를 밝히는 범위까지도 심사를 거친 만큼 표절이라는 주장은 가당치 않다”는 입장을 민주통합당을 통해 전해왔다.
한편, 새누리당 정우택 당선자 역시 표절 논란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정 당선자는 1992년 미국 하와이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X-비효율성 측정: 대만과 한국’ 역시 강명헌 단국대 교수의 논문 ‘X-비효율성에 대한 소고’(1990), 로저 프란츠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의 저서(1988) 등 최소한 논문 4건과 저서 1건에서 문장 혹은 문단을 통째로 가져왔다.
<문제의 논문 비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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