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피부과 미용실 등…수일 전 예약 완료"내 한표로 달라지지 않아" 무관심·실망 커
  • "고객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예약이 꽉찼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미용실은 11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예약이 꽉 찼다. 이 미용실 관계자는 "이미 수일 전부터 예약 문의가 많았다. 오랜만의 '평일 공휴일'이다 보니 여유 있게 이용 하시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쉬는 날'을 맞아 각종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피부과와 성형외과도 대목을 맞았다. 이른바 '선거 특수'이다.

    예년보다 총선 열기는 뜨거웠지만 선거일을 '노는 날'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로정치와 흑색선전을 보며 "누굴 뽑으나 다 똑같다"며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들도 있었다.

  • ▲ 4.11 총선 당일 오전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4.11 총선 당일 오전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회사원 김예진씨(28)는 "코에 주사를 넣었다. 간단한 시술이라 하루 정도면 붓기가 가라앉아 부담이 적었다. 오늘 하루만 쉬면 내일은 바로 출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표 여부에 대해서는 "투표소가 바뀌었다고 해서 미리 알아보지 못했다. 내 한 표로 크게 선거 내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명진씨(32)도 "오늘이 쉬는날이라 목요일과 금요일 연차를 냈다. 피부 트러블이 심해서 몇가지 시술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시술을 받고 하루 이틀 정도는 햇볕을 보는 게 좋지 않기 때문에 수요일로 예약했다"고 했다.

    서울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 측은 "레이저 시술 만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각종 성형 시술법이 도입되면서 수술 후 짧게는 1∼2일이면 회복이 가능하다. 이미 몇 주전부터 예약 문의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압구정의 B피부과 또한 시술이 비교적 간단한 점과 기미 등의 잡티를 제거하려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두배 이상 몰리면서 초만원 상태라고 귀띔했다.

    전국 주요 골프장도 주말 못지않게 예약이 몰렸다. A골프장 관계자는 "꽃샘추위가 한풀 꺾였지만 선거 당일 비소식이 있었는데도 일찌감치 전 경기가 예약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제주 등으로 '원정골프'를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제주시에 위치한 한 골프클럽 관계자는 "보통 평일 예약의 두배 이상이 잡혀 있다.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오실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투표율은 오후 3시 기준으로 41.9%에 머물렀다. 역대 최저 수준(46.1%)을 보인 18대 총선의 같은시각 투표율(36.5%)을 상회했으나 최종 투표율이 60%를 넘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제주도로 당일 골프여행을 떠난다는 김혁진씨(36)는 "여야가 모두 변화를 위해 선택해 달라고 말하는데 막말하는 민주당이나, 성폭행하는 새누리당이나 다 똑같아 보인다. 누가되든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 투표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선거일이 법정공휴일인 만큼 연휴 분위기를 내는 것은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투표는 국민의 권리인 만큼 반드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