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기다린 우승, 안양 창단 첫 우승으로 2011-2012 프로농구 모두 끝...챔프전 감동 아직
  •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속담이 지난 6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을 보면서 떠올랐다. 안양 KGC인삼공사 이상범 감독(44)의 눈물에는 그 인내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이 감독의 우승은 인내의 결실이다. 혹자는 3년간의 팀 재건(再建)을 '오랜 기다림'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그가 기다린 시간은 16년이었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 안양 SBS 스타즈에서 선수로 안양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5년 코치(당시 안양 KT&G 카이츠)로 돌아와 2008년 감독대행, 이듬해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 감독은 안양에서만 선수, 코치, 감독을 모두 지내면서 우승은 단 한번도 하지 못했다.  

    16년간 안양에서 우승을 기다려온 이 감독에게 3년간의 리빌딩 작업은 우승을 향한 치밀한 계획을 실천하는 기간이었다. 

    이 감독은 2009-2010시즌 개막 전, 팀 전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김태술과 양희종의 군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해 이 감독의 안양은 8위에 머물렀다. 16승38패,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더 많았다.

    팀의 핵심이던 '공룡센터' 나이젤 딕슨(Nigel Dixon33)도 부산 KT 소닉붐에 보냈다. 플레이오프를 대비했던 부산에 딕슨을 넘겨주는 대신 신인지명권을 얻어왔고 2010-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찬희와 이정현이라는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1-2012 신인 드래프트에 또다시 1순위 지명권으로 특급 신인 오세근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며 3년간의 치밀한 전략으로 드림팀을 완성했다. 그것도 평균연령 25.8세로 최연소 드림팀을 말이다.

    오세근, 박찬희, 이정현, 김태술 그리고 양희종은 모두 이번 시즌 처음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젊은 드림팀은 챔프전까지 단숨에 올라와 경험과 연륜으로 뭉친 원주 동부 프로미까지 꺾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단연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원주는 44승10패(승률 0.815)라는 프로농구 역대 최고 승률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통합우승을 내다보고 있었다. 정규리그 36승18패(0.667)로 2위를 차지한 안양이 단기전인 챔프전에서 노련하고 우승 경험이 많은 원주를 꺾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16년을 기다린 이 감독의 전략은 챔프전을 석권하기에 충분했다. 선수들의 젊음을 십분 활용하는 이 감독의 전략이 결국 원주의 노련미를 꺾으며 치열한 접접끝에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안양의 승리로 챔프전이 끝나면서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체 일정이 종료됐다. 하지만 이 감독의 ‘오랜 기다림’과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쏟아져 나온 그의 눈물은 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간직돼 있을 것이다. 

    글 : 윤희성 ndy@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