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는 9일 김 부위원장이 전날 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 기념 은하수음악회 '여성은 꽃이라네'를 관람한 소식을 전하며 "음악회가 고조를 이루는 가운데 관람자들도 무대에 초청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리룡하 당중앙위 제1부부장, 김원홍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가족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는데, 오극렬의 경우 가족이 무대에 올라 중창을 했고, 리룡하와 김원홍은 부부2중창을 했다고 합니다. 북한 고위간부들이 `최고지도자'가 참석한 공개행사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은 김정일 시절에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이색장면이라고 합니다. 김 정일 시절에는 `비밀파티'에서 기쁨조들과 함께 고위간부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공개석상 무대 위에 올라서 노래를 부른 것은 아주 이색적이라고 합니다.

    오극렬이는 1931년생으로 올해 82살이나 먹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함께 56살 아래 손자뻘 되는 26살의 김정은이 앞에 나와서 재롱을 피웠다고 하니 칭찬은 코끼리도 춤을 추게 한다더니만 권력은 팔순 넘은 할아버지도 춤을 추게 하는가 봅니다.

    흔히들 말하길 권력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웃으면서 하고 피권력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울면서 하고 하기 싫은 것도 웃으면서 하는 것이라던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권력은 남에게 하기 싫은 것도 웃으면서 하게 할 수 있고 하고 좋아하는 것도 울면서 하게 할 수 있는 힘인가 봅니다.

    팔순 노구를 이끌고 가족들까지 동원하여 손자뻘 되는 아이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노래와 춤을 추어대던 노인을 바라보는 북한인민들은 과연 김정은이가 의도했던 대로 그런 충성심을 느껶을까요? 아마 공포를 느꼈거나 해도 너무한다는 심정은 들지 않았을까요? 북한에도 우리 한민족이 공통으로 공유하는 장유유서라는 오래된 전통이 아직은 살아있을턴데 말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개호로자식이라며 몰매를 맞지 않았으면 다행인 일들이 지금 북한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봅니다. 정통성이 없는 김정은이가 순조로운 권력 승계를 위해서라면 이러한 인륜에 반하는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하기야 탈북자들을 그 자리에서 총살을 시키는 괴뢰집단한테 한가롭게 장유유서 타령이나 하고 있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습니다만, 이제는 권력 심층부까지 충성심 확인에 들어간 절대권력자들이 필연적으로 겪는 마지막 수순을 보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머지않았다는 신호탄으로 보여집니다.

    팔순 넘은 할아버지가 가족들 까지 동원하여 춤추고 노래를 해대며 충성심을 보여줘야만 유지되는 정권이라면 이미 끝장난 정권이라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다 같이 생산하여 다 같이 나누며 천국을 누려보자고 출발했던 공산주의가 변질되어 3대부자세습왕조를 만들더니 결국에는 26살 어린 아이가 팔순 넘은 노인네에게 온 가족 동원하여 노래하고 춤추며 충성심을 보여 달라고 보채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약발이 다하게 되면 그때 가서는 또 무엇으로 충성심을 보여주어야 할지 기대가 자못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