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옛 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새누리당과 민주당 공천과정을 보면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올해 선거의 해를 맞아 지금 정치권은 두 여성의 권력에 숨죽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서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일찌감치 볼 수 없었던 여성권력을 실감케 하는 이채로운 모습입니다.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남녀평등사회가 완전하게 자리 잡았다고 봐도 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남녀를 따로 구분해서 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파워가 그만큼 커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여성의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고 남녀의 차별이 없어졌다는 것은 아주 환영할 만한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 총선에 임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전혀 닮아보이지도 않고 어울릴 것 같지도 않은 그녀들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한을 가슴 속 깊이 품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번 4.11 총선 공천 결과를 보면 그녀들이 품고 있는 한이 얼마나 깊고 강한지 섬뜩함 마져 듭니다. 

    민주당의 한명숙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겠다며 친노세력이면서 자기 사람들에게 왕창 공천을 주었는데요 무려 73%에 달한다고 합니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현대 사회에서 이 정도면 묻지마식 공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노라는 명패만 달았으면 무조건 공천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투력 화력 좋은 친노세력을 대거 포진시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나왔다고 봐야겠지요. 

    지난 4년간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개명을 한 새누리당 박근혜비대위원장의 공천 결과도 이에 못지않은 한풀이식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탈락을 시켜버렸습니다. 친이계 탈락률이 무려 74%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공천 학살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겁니다. 여기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이계라면 무조건 탈락시키고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돼 있습니다. 

    친이계는 지난 한나라당내 경선에서 다 된 밥에 재 뿌린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마음 속 깊이 남아있는가 봅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당했던 공천학살을 이번에 제대로 갚아주었다며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전직 대통령의 원수를 갚겠다며 나선 사람도 지난 경선에서 다 이긴 것을 아깝게 놓친 것에 대한 앙갚음을 하겠다며 나선 사람도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별로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정치가 어느 특정인들 한풀이 씻김굿 굿판으로 전락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가 없지요. 

    한풀이식 씻김굿판을 벌이고 있는 두 여인의 모습에서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온통 암울한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만이 돋보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서로 경쟁관계에 있으면서도 하는 짓은 어찌 그리 똑 같이 닮았는지, 두 명의 여인 모두는 지금 미래는 없고 오로지 과거에 갇혀서 대한민국의 앞길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국민은 미래지향적인 사람을 원하지 과거에 갇혀 한이 맺힌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극한적으로 경쟁적으로 과거에 갇혀 한풀이식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국민들은 저들을 버리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찾게 될 것입니다. 

    저 두 여인의 한풀이식 정치가 계속 되면 아마도 안철수원장 같은 대안을 찾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입니다. 

    친노만을 좋아하는 민주당도 친박만을 좋아하는 새누리당도 적당한 선에서 포용력을 보여줘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는 것이지 마치 조폭이 자기 사람 챙기듯이 권력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대면 민심이 떠날 것입니다. 아니 이미 떠나고 있습니다. 

    두 여인이 권력을 휘두르느라 정신이 팔려서 정치 전면에 단 한 번 나서지도 않았던 안철수원장의 인기가 왜 그리 높은지 그 사이에 벌써 잊었는가 봅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라고 국민들이 답을 가르쳐 줘도 이 두 여인의 정치 행태는 기존 정치인들 보다 더 퇴보된 한풀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대안을 찾고 그에 열광하게 될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권력이란 날카로운 칼을 잘못 휘두르다가는 칼자루를 쥔 사람이 다치게 된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역사가 오랫동안 가르쳐준 만고불면의 진리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