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5개 합작, 박구영·강동우...대승 숨은 주역명불허전 양동근 26득점 승리 견인
  • 유재학이 먼저 웃었다. 그의 전략이 적중했다. 

    울산 모비스가 지난 7일 전주 KCC의 홈에서 펼쳐진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먼저 1승을 거뒀다. KCC의 약점을 공략해 승리를 거두겠다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니었다.   

    유 감독이 생각한 KCC의 약점은 전태풍이 부상으로 빠진 가드였다. 임재현과 전태풍이 같이 이끌던 KCC의 가드진은 리그 정상급이었지만 전태풍이 허벅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양동근이 이끄는 모비스의 가드진이 더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KCC는 전년도 챔피언으로 포워드는 노련한 추승균을 비롯해 힘있는 정민수, 김태홍 등이 있고 센터도 자밀 왓킨스와 하승진으로 리그 최강의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모비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전태풍의 부상이 아니라면 KCC의 적수가 안되는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가드가 흔들리는 KCC의 약점을 공략한 유 감독은 무서운 승부사였다.  

    모비스는 전반전을 간신히 1점 앞선 34-33으로 마쳤다. 두 팀 간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아 후반에 접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유 감독은 전반전 내내 수비에 집중하면서 33점으로 KCC의 공격을 막은 것에 만족했다. 전반이 끝난 시점, 유 감독은 “3점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수비는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고 말했다.

    높이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모비스는 KCC의 센터진 자밀 왓킨스와 하승진의 공격을 원천봉쇄했다. 공이 인사이드로 투입되느 것을 막기위해 가드를 압박했고 어렵게 공이 인사이드로 연결된다고 해도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2~3명이 동시에 협력해서 수비하는 전술을 택했다.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모비스는 폭발했다. 선봉에는 박구영이 있었다. 3쿼터에만 3개의 3점을 넣으며 9점을 올렸다. 양동근과 강동우도 각각 2개씩 3점을 림에 통과시켰다. 결국 가드진의 3명이 21점을 올리며 KCC와 점수 차이를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인사이드가 막히면서 외각에서 돌파하거나 슈팅을 쏘는 단발적인 공격을 이어간 KCC는 모비스가 3쿼터에만 33점을 넣는 도안 16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테렌스 레더는 자밀 왓킨스와 하승진을 각각 8점, 19점으로 틀어막으며 자신은 33점을 올렸다. 함지훈도 아직 상무에서 복귀해 프로경기에 맞는 몸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사이드에서 외각으로 열어주는 패스를 적재적소에 뿌려주며 11도움을 기록했다.

    유 감독은 “후반에는 전반에 침묵했던 3점포가 터지면서 대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함지훈도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면서도 잘 해준것 같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양동근도 “오늘처럼 득점이 폭발하는 날도 있어야 농구”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어“솔직히 실수만 하지말자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고 이내 겸손한 모습을 되찾았다. 

    상대를 수비로 숨통을 조였던 모비스 유 감독의 전술이 KCC 허재 감독을 압도했다. 홈경기에서 승리를 내준 KCC는 빠르면 오는 11일 전태풍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2차전이 9일 전주에서 펼쳐지기에 또 다시 전태풍 없이 모비스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1차전을 65-91로 26점차 대패한 것은 경기 내내 12개의 턴오버를 했던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반면 모비스는 6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KCC가 모비스에게 패한 이유는 전태풍의 부재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