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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노동영웅 레이펑(雷鋒)의 사망 50주기를 맞아 레이펑 정신 고취에 나서는 등 선전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난과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난(湖南)성 왕청(望城)현 태생인 레이펑은 공산주의청년단 단원과 인민해방군 전사로 근무하다 1962년 8월 군용차량을 타고 부대로 돌아가던 중 차량 전복 사고로 22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63년 3월 일생을 근검절약과 봉사, 희생으로 일관했던 '레이펑 동지를 따라 배우자'(向雷鋒同志學習)라는 교시를 내렸고 중국 정부도 매년 3월5일을 '레이펑 학습일'로 지정하는 등 중국 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아왔다.
특히 최근엔 극도로 이기적인 중국 사회의 분위기와 맞물려 사려 깊고 희생정신이 강한 레이펑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비난론자들은 인터넷 블로그나 만화, 에세이 등을 통해 봉사와 희생, 이타심을 정부가 강요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에 올라온 한 글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레이펑을 배워야 할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공산당 간부들이라고 지적했다.
'노트북'이라는 이름의 필자는 당 간부들을 겨냥해 "당신은 자녀를 해외에 이민 보내놓고 우리에겐 레이펑을 배우라고 한다"면서 "나는 상한 우유를 마시고 암에 걸렸는데 당신은 레이펑을 배우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공산당원이었던 언론인 다이 칭은 "나는 물론 어려움에 처한 노인이나 어린이를 도와줄 것이지만, 이는 정부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구 학자들이나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가 선전하는 레이펑의 일화들이 현실성이 없어 조작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인 월급으로 생계를 꾸리던 가난한 고아 출신의 청년이 많은 돈을 기부했다는 점도 이상한데다 그가 좋은 일을 하는 장면들이 담긴 사진이 수백 장에 달한다는 점도 연출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오는 16일부터 새로운 정부 정책에 따라 '국익을 해치는' 익명의 글이 삭제될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정부의 '레이펑 띄우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됐다.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푸순(撫順)에 있는 레이펑기념관에서 기념사진을 찍던 관람객 장둥핑(65)은 10대 때 레이펑처럼 선행을 하려고 생각했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은 뒤 "솔직히 말해 그때 나는 먹고살기에 바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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