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의 힘과 氣를 느끼게 해주는
    김진 칼럼집 ‘대한민국의 비명(悲鳴)’ 

     
     이념과 신념의 포로가 되어 사실을 해체해가는 이들이 언론인, 지식인을 사칭하고 있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비명'은 양보할 수 없는, '언론의 正道'와 '기자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趙甲濟    

     
     <2010년 6월29일, 이날은 앞으로 '대한민국 공동체 위기 경고의 날'로 기록되어야 한다. 북한의 천안함 도발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 이 나라의 제1야당이 반대한 것이다. 어뢰 추진체라는 명백한 증거가 드러났고, 미국과 유럽-중남미-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가 북한을 규탄했는데도 피해국가의 제1야당이 살인자를 지목하는 것을 끝내 거부한 것이다. 민주화투쟁을 하면서도 국가안보만큼은 협력했던 민주당 선조들의 개탄을 모아, 1987년 6.29 선언을 이끌어낸 시민의 함성을 모아, 차가운 바닷물에 20여 년의 짧은 생애를 던져야 했던 46인의 비명을 모아, 하늘 위에서 분노하고 있을 한주호 준위의 영혼을 불러,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어가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민주당의 6.29'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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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칼럼 모음집 '대한민국의 비명'을 출간한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 칼럼 모음집 '대한민국의 비명'을 출간한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 金璡(김진) 논설위원의 칼럼 모음 '대한민국의 비명'(기파랑)에 실린 80여 개 칼럼 중 하나에서 인용한 글이다. 나는 4년간 이어지고 있는 중앙일보의 월요 칼럼 '김진의 시시각각'을 거의 빠짐없이 읽는다. 늘 위안과 격려를 느낄 수 있어 讀後感(독후감)이 좋다. 金 위원은 1984년에 코리아타임즈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 86년에 중앙일보로 옮겨, 정치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을 거쳤다. 1992년에 중앙일보에 연재하였던 '청와대비서실'로 기자협회가 주는 한국기자상을 받았다(책으로도 출간).
     
     그는 '나를 바꾼 박정희'라는 칼럼에서 <主君(주군)이 피살된 지 10여 년이 지났으므로 비판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박정희의 애국심과 인격을 증언한 부하들을 통하여 그가 '공동체적 인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썼다. 金 위원은 <박정희를 알게 된 이후 나는 '공동체를 속이는 지도자'에게 깊은 반감을 갖게 되었다>면서 이렇게 끝냈다.
     <오늘이 5.16 군사혁명 50주년이다. 50년 전 새벽, 한강 다리 위에서 박정희 소장을 비껴간 헌병대 총탄에 감사한다.>
     
     그는 머리글에서, 자신이 이명박, 노무현, 박근혜, 이상득, 홍준표,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손학규, 정동영, 유시민 등 많은 정치인들을 비판한 기준도 '공동체적 인간'의 자질이었다고 썼다. 특히 '공동체 개선을 위한 방법론'의 有無(유무)를 중시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는 '열정만큼 방법론이 정확했던 사람'이라고 호평하였고, 노무현을, '가슴은 따뜻하였으나 머리가 차갑지 못했기 때문에' 공동체적 인간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했다.
     
     金 위원의 칼럼은 취재와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져 재미 있다.
    論(론)은 論이로되 총론이 아니라 스토리와 구체성이 있는 各論(각론)이다. 논객流(류)의 칼럼이 아니라 기자流의 칼럼이다. 뉴욕 타임스의 名(명)칼럼리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 출신인데, 취재에 바탕을 둔 칼럼을 쓰는 경우이다. 이런 칼럼을 읽으면 진행중인 사건과 사태에 대하여 정리된 시각을 갖게 된다. 일종의 時事(시사) 교과서이다.
     
     '대한민국의 비명(悲鳴)'은 지난 4년간의 큰 사건들이 가진 본질적 성격을 잘 정리한 현대사의 斷面(단면)이란 느낌이 들었다. 책을 만들 때 목차 구성도 '민주당과 안철수' '이명박과 한나라당' '박근혜' '천안함과 연평도' '광우병 사태' 식으로 구미가 당기게 하였다.
     
     金 위원의 글은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에 무리가 없음으로 안정감이 있고 열정적이며 때로는 문학적이다. '사실'과 '열정'은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식과 논리로 연결되어 편향되지 않는다. 金 위원과 자주 만나는 편인데 人相(인상)과 文相(문상)이 일치한다. 솔직 담백하면서 애국적이고 단호하다. 머리글의 제목이 '이 나라엔 '국가 정신'이 있는가'이다. <대한민국은 건강한가? 아니다. 병을 앓고 있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책은 비명의 녹음이며 고통에 대한 위문편지이다>란 설명이 자못 悲壯(비장)하여 그답다.
     
     金璡 위원의 이념적 성향을 굳이 분류하면 '보수'이겠지만 사실과 현실에 근거하여 是非(시비)를 가린다는 점에서 '實事求是(실사구시)'라고 표현하는 게 나을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선 正論(정론)으로 받아들여질 글인데, 좌경화된 한국 사회에선 비판 아닌 비난을 많이 받을 글이다. 金 위원이 그런 비방을 개의치 않고 더욱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모습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당당함은 타고난 용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딛고 있는 사실의 힘에서 나올 것이다.
     
     그렇다. 이 책에서 받을 수 있는 어떤 기운은 사실의 힘이다. 프로 기자들은 이렇게 자부한다.
     '나는 신념보다 사실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사실은 다를 수 없다'.
     
     이념과 신념의 포로가 되어 사실을 해체해가는 이들이 언론인, 지식인을 사칭하고 있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비명'은 양보할 수 없는, '언론의 正道(정도)'와 '기자의 자부심'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