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탈락 후폭풍' 소장판사들 상당수 동참대법원 공식대응 없어…일부선 "인사개선 반영될수도"
  • 서기호(42.사법연수원 29기) 판사의 재임용 탈락으로 촉발된 일선 판사들의 집단반발 움직임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근무평정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판사 개개인의 연임 문제와 결부되면서 평판사들의 집단행동이 과거 사법파동을 뛰어넘는 수준까지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법원 등에 따르면 전국 법원 중 최초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오는 17일 판사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도 같은 날 판사회의를 열기로 했다.

    서울남부지법과 수원지법도 단독판사회의 개최를 결의했으며, 서 판사가 재직한 서울북부지법 등 다른 법원에서도 회의 개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법복을 벗게 된 서 판사는 개인적으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나섰다. 법원노조와 시민단체는 대법원장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법원 밖에서도 논란이 불붙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인 이정호(49.연수원 25기) 판사는 이날 "전체 단독판사 127명 가운데 회의 소집 요건인 5분의 1을 넘는 83명이 소집을 요구함에 따라 17일 오후 4시30분 중회의실에서 회의를 개최한다"고 공고했다.

    단독판사 가운데 65%가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소장 판사 상당수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의에서는 `연임심사제도와 근무평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의제로 삼아 논의하기로 했다. 서 판사 개인의 구명 문제가 의제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았다.

    서울남부지법도 이날 근무평정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단독판사 39명 중 5분의 1 이상의 요구로 17일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으며 수원지법은 46명의 단독판사 중 10명 이상이 요구해 회의 개최를 결정한 뒤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법원조직법은 각급법원에 사법행정 자문기관으로 판사회의를 두고 있으며, 연 2회 정기적으로 소집되는 회의 외에 법원장이나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필요할 때 개최할 수 있게 돼 있다.

    일선판사들의 주도로 판사회의가 열리는 것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으로 2009년 전국적으로 판사회의가 열린 이후 3년 만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상황을 예의 주시할 뿐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판사회의는 일선 판사들이 필요하면 소집할 수 있는 회의기구"라며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회의 결과가 나오면 현재 추진 중인 법관인사제도 개선 작업에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 판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헌법소원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법률지원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몇몇 변호사와 지지자들이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댓글을 통해 밝혀 첫 모임이 16일 열릴 예정이다.

    법원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와 민주노총, 통합진보당, 참여연대 소속 인사 30여명은 이날 오후 서초동 대법원청사 정문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재판독립 훼손 행위를 규탄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정당과 단체는 "서 판사에 대한 연임 배제 결정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주도하고 최근 SNS 검열에 반대하는 글을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것에 대해 대법원장과 집권세력이 `괘씸죄'를 적용해 보복한 것"이라며 "소신판사 퇴출 도구로 전락한 법관연임규칙과 관련해 공청회와 국회 차원 진상조사, 국정조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공개서한을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려다 법원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