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출마 안한다…더 큰 정치 헌신" 18대 총선, 88.5% 득표율 안긴 달성군 떠나
  • "지역 군민께서 지역구를 넘어 더 큰 정치에 헌신하라고 말씀해주셔서 이 뜻에 따라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을 내렸다."

    박근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히며 4.11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당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998년 대구 달성군에 15대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4선을 지냈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88.5%라는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당선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 내내 박 위원장의 눈가는 촉촉히 빛났다. '정치적 고향'을 떠나는데 대한 아쉬움과 4월 총선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잠시 말문을 멈추기도 했다.

  •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7일 4월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7일 4월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아 저를 정치에 입문케해준 그런 저의 정치적 고향이 달성군"이라고 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많이 성원해 주시고, 보살펴주신 달성군민 곁을 떠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이 시기에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과 우리 정치를 위해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될지 많은 고민 했다"고 털어놨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이러한 발표를 내놓기 직전 지역 인사들을 만났다. 이종진 전 달성군수를 비롯해, 변태권 당협 사무국장, 김옥순 군의원, 전성배 당협운영의원 등 총 6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일 지역구를 찾은 박 위원장은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이들에게 지역민들의 의사를 추려 전달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자, 이에 대한 답변을 갖고 온 것이다.

    참석자들은 "그 동안 지역에 함께 해주셔서 행복했다. 이제 지역에서 국회의원 되는 것도 좋겠지만 큰 일을 하도록 보내드린다. 전국을 다니면서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되도록 해드리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달성군에도 지역 현안이 많기 때문에 원내에 들어가서 마무리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비례대표로 계속 일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IMF 위기에 정치에 입문했고, 그때 달성군이 나의 정치적 고향이 돼줬다. 항상 힘이 된 지역 주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했다"며 작별 인사를 고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더이상 붙들어 놓기가 어렵다"며 울먹였다. "비례대표를 꼭 하셔서 지역 현안을 챙겨달라. 빈손으로 돌아가서는 지역 주민에게 할 말이 없다"고 했다.

    30여분 간의 간담회가 이뤄지는 동안 지역에서 올라온 참석자들은 모두 눈물을 쏟았다.

    한 참석자가 함께 배석한 황우여 원내대표와 권영세 사무총장을 향해 "당에서 대표님에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 당에서 필요할 때만 찾지 말고 인간적으로 대우해 달라"고 호소한 뒤 "대표님을 놓아드리겠다"고 말하자 박 위원장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박 위원장은 지역구에 다녀온 지 하루 만에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빠를 시일 내에 비례대표 출마 여부도 결정지을 전망이다.

    또한 비례대표 출마 여부와 관련해 "군민에 뜻에 잘 따르도록 노력하고 당과도 잘 상의하겠다"고 했다. 지역민들은 비례대표 출마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에서 희생하는 박 위원장에게 비례대표를 1번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만약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로 나설 경우, 몇 번을 부여받게 될 지도 관심거리다. 지역구를 희생한 대가로 1번을 받을 지, 당선이 불투명한 20번 대일 지 주목된다.

    이에 당 핵심 관계자는 "비례대표 순번은 공천 마지막에 이뤄된다고 보면 된다.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로 나설 경우 공천위와 비대위에서 상의해서 번호대가 결정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