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한 및 북미 간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서 남북한과 미국 3국 외교대표들이 함께 설맞이 행사에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현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22일 연해주 지역 고려인(토착 한인) 협회 발렌틴 박 회장이 마련한 설 맞이 행사에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이양구 한국 총영사와 데이 김 미국 총영사, 나홋카 주재 심국룡 북한 총영사 등이 함께 참석했다. 행사는 이날 저녁 연해주 주도(州都)인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아르티옴시(市)의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연해주 지역의 설 맞이 행사는 현지 고려인 협회가 매년 추진해 오는 것으로 이 자리에는 통상 고려인들을 비롯해 남북한 총영사가 협회측의 초청으로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재미교포인 미국 총영사도 자리를 함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데이 총영사는 약 4개월 전 부임했으며 한국말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심 총영사는 당초 김정일 위원장 조문 분위기 등으로 행사 참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려인 협회 측에 전해왔으나 행사 당일 뜻밖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발렌틴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모임은 남북한과 미국 간 우호 관계 발전을 위한 상징적 사건"이라며 남북미 3국 외교대표 회동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심 총영사는 인사말에서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나홋카 총영사관의 조문소를 찾았던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현재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을 중심으로 단합해서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면서 올해 남북 통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공식 인사말을 끝낸 심 총영사는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의 질문에 간단히 답만 했을 뿐 상당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여서 남북미 외교 대표들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심 총영사가 노래와 춤, 연주회 등으로 4시간 가까이 이어진 행사장에서 약 3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행사가 끝나기 전 먼저 자리를 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