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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新국방 전략 지침 바로 읽기
국가안보, 우리의 국방전략은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
이춘근(미래한국)
미국 시간으로 2012년 1월 5일 미국 국방부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21세기 미국 국방의 우선순위(Sustaining U.S. Global Leadership : Priorities for 21st Century Defense) 라는 제목의 새로운 국방 전략 지침 (Defense Strategic Review)을 간행 했다. 보고서 본문의 길이가 불과 8페이지 밖에 되지 않으며,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서문을 포함해도 11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문건으로, 문자 그대로 거시적인 지침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며, 자세한 내용들은 차후에 완성될 보고서로 발표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한국 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그 반향은 자못 부정적이며 실망스럽다. 조선일보 1월 5일자 헤드라인은 “한반도 유사시 미 대규모 파병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대서특필하고 있으며, 여러 언론 매체들이 미국은 앞으로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포기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 한반도 군사공약은 그야 말로 공약(空約) 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안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언제라도 좋은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실 안보에 대해 너무나 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 였다. 그러나 며칠 전 발표된 미국의 군사전략 보고서에 관한 대한민국의 보도들은 미국 국방 전략 변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작성된 것 이라는 느낌이 든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포기했다는 보도 역시 경망스럽다. 발표된 보고서 어디를 읽어 봐도 미국이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포기했다는 말은 없다.
물론 실질적으로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못하게 된 것 아니냐는 반문은 가능하다. 뉴욕 타임즈의 기자들이 그렇게 해설한 기사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사회 현상을 논하는 우리가 전쟁의 갯수를 정확히 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은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고 2003년 3월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미국은 몇 개의 전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하나인가 두 개인가?
미국의 경제 사정 때문에 전략이 변할 필요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국방전략을 만들게 된 본질적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수행했던 반테러전쟁을 종식 하고, 미국 군사 전략의 초점을 아시아, 보다 구체적으로 중국에 맞추겠다는데 있다. 오바마는 신 국방전략 보고서 서문에서 “지금 전쟁을 끝내며 (As we end today’s wars)”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중동에서의 전쟁을 종료하고, 중동보다 훨씬 중요한 아시아로 가겠다는 말이다.
이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011년 11월 호 Foreign Policy 기고문에서“21세기 지정학은 아시아에서 결정된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가 아니다. 미국은 행동의 중심에 있어야만 할 것이다.”(The Future of Geopolitics will be decided in Asia. Not in Afghanistan or Iraq, and the United States should be right at the Center of the Action) 고 언급한바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을 마감하는 동시에 미래 지정학을 결정할 아시아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신 국방전략 지침은 미국의 아시아를 향한 출사표나 마찬가지다.
신 국방 전략 지침은 미국의 군사력이 날렵하고(agile), 탄력적(flexible)이며 온갖 종류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채택한 국방전략은 미국 해군이 중국 근해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는 Anti-Access 혹은 Area Denial (반 접근 혹은 지역적 접근거부) 전략이다. 이번 미국이 새로 발표한 신 국방전략은 중국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인 반 접근 전략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신 국방 전략 지침은 미국 군사력의 사명을 10가지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1) 미국은 어느 한 지역에서 대규모 전쟁을 치르는 도중에 다른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이를 억지하거나 격파(Deter and Defeat Aggression)하겠다는 것, 즉 두 개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한다는 것 (2) 어느 국가가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해도 미국의 이 지역에 군사력을 투사할 것(Project Power Despite Anti-Access/Area Denial Challenges), 즉 중국의 전략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겠다는 것 등 두 가지다.
미국 사람들은 중국의 전략을 A2/AD (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이라는 약칭으로 부른다.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미국 군함들을 공격하겠다는 위협도 이 부류에 속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과 이란의 이 같은 전략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다른 곳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은 한반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것,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해도 미국은 대규모 파병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런 걱정들은 우리보다는 미국에 국가 안보를 의존했던 중동 혹은 유럽 국가들이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 마치 이번 국방전략 보고서가 나온 이후의 일이라고 착각할 필요도 없다. 미국은 60 여 년 전 치른 한국전쟁과 같은 정규전은 더 이상 벌이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미국이 마지막 벌인 정규전은 1991년의 걸프 전쟁이었다고 본다.
미국은 걸프전을 마지막으로 적국의 군사력과 싸우는 전략을 끝냈다. 앞으로 독재국가가 미국 혹은 미국의 동맹국들에 전쟁을 걸어오면 미국은 정밀 유도 무기 체제를 동원, 적국의 지도자를 포함한 지휘부를 제거한다는 전략을 수립한지 이미 오래다. 미국군이 70만씩이나 동원되는 그런 전쟁의 시대는 끝났다.
갑자기 미국의 작전계획 5027이 작동 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논할 필요도 없다. 원래 우리의 국가안보, 우리의 국방전략은 우리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었던가. 다만 우리는 미국의 변하는 국방전략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 솔직히 말해 미국의 대 중국 포위 전략은 우리의 통일과 안보에 지극히 긍정적인 국제구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가 대한민국에 의해 통일된 자유국가가 되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지극히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대 전략을 자유 통일에 맞추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 이글은 미래한국 2012년 1월 호 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에 게재 되었습니다.
이춘근 박사의 전쟁과 평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