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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원내와 원외 두 갈래로 진행되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검찰의 칼날이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 몸 담았던 원내외 인사 대다수를 겨냥하면서 박 후보를 대표로 옹립했던 한나라당 친이계 주류 인사들의 줄소환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돈봉투 전달 의혹이 '본류'라면, 당협위원장을 통해 원외 조직에 뿌려진 금품살포 의혹을 '지류'로 볼 수 있다.
검찰은 고 의원이 폭로한 의혹에 대해 기세등등하게 박희태 후보 캠프로 치고 들어가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원외 조직을 통한 '우회로'까지 단단히 다지는 모양새다.
양 갈래 수사의 목표는 공히 박희태 캠프 핵심부로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점만 다를 뿐 결국 정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여전히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돈 봉투를 되돌려받았다는 점만 인정한 고씨가 돈 봉투를 전달한 '뿔테 안경 남성'과 동일인물이란 강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고씨가 돈을 건넨 사실만 확인되면 수사는 급류를 탈 수 있다. 누가 돈을 건네라고 지시했는지, 쇼핑백에 '잔뜩 들었다는' 또 다른 돈 봉투를 어느 의원에게 돌렸는지 등 사건의 실체 파악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 의원실에서 돈을 돌려준 과정은 어느 정도 얼개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돈 봉투를 돌려받은 사실을 보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어 고 의원에게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지 파악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걸어온 인물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김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반대로 돈 봉투를 전달한 쪽에 대한 진척은 더딘 편이다. 고씨가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 조사에서도 돈 전달자가 본인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돈 전달자가 특정이 잘 안 된다. 고씨가 만만찮다"고 전했다.
따라서 검찰은 캠프에서 핵심역할을 맡았던 박 의장 전 보좌관 조모, 이모씨 등 고명진 전 비서 윗선을 조사함으로써 돈 봉투 전달 지시 경로를 곧장 확인하려 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검찰은 이들을 소환하기에 앞서 고씨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연결 고리 찾기에 최대한 주력한다는 방침이다.검찰이 주목하는 또 다른 인물은 안병용(54)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다. 안씨는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으로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그해 7월 전대 때 박희태 캠프에 합류해 서울·수도권 원외 조직을 관리했다.
안씨는 당시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 건네라며 자신이 관리한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현금 2천만원을 건넨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안씨를 상대로 실제로 금품을 살포하라고 구의원들에게 돈을 건넸는지를 추궁한 결과, 상당 부분 혐의를 시인하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안씨 쪽은) 조사에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돈을 받은 구의원들은 이를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말단 조직' 살포용으로 캠프에서 자금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한 뒤 다음 단계로 누구 지시에 의해, 어떤 자금으로 돈이 전달됐는지 추적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안씨가 이재오계로 통하는 만큼 검찰 수사의 불똥이 이 의원 측으로도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 의원은 전대 두 달 전 미국 유학길에 올라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안씨가 자금 출처와 이를 관리한 인물을 지목하느냐에 따라 고 의원실 돈 봉투 수사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게 될지도 주목된다.
원외에 살포된 자금이 캠프에서 흘러나왔다면 자금 담당자가 원내 인사인 고 의원에 대한 돈 봉투 전달도 동시에 지시했을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