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요구 거부했지만 추가 협상의 여지는 남겨美 월 2만 톤, 연간 24만 톤 노약자 위한 식량 지원 제안
  • ▲ 지난해 12월28일 영결식날, 폭설이 내리는 속에 김정일의 영정을 참배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28일 영결식날, 폭설이 내리는 속에 김정일의 영정을 참배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김정일 영결식이 있었던 날 미국에 곡물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이 김정일 사후 처음으로 미국과 직접 접촉한 일이다.

    지난 8일 일본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은 북한이 작년 12월 28일쯤 유엔 대표부를 통해 "저장이 쉽고, 광범위한 주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원한다"며 미국에 분유, 비스킷 등의 영양 보조식품 대신 쌀과 옥수수 등 곡물의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고 영양 보조식품으로 한정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재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아사히 신문>은 "김정일 사망 이후 중단됐던 북한의 대미 외교가 재시동한 것으로 향후 핵 문제를 포함한 북미 접촉이 활발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이 곡물 지원을 요청한 것은 식량 사정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체제의 안정을 위해 주민에게 베풀 특별 식량배급의 필요성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12월 중순 베이징 美北 협의 당시 북한이 지원식량을 군용으로 전용할 것을 우려해 영양 보조식품만을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해 품목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미국은 작년 12월 15∼16일 북한과의 베이징 협의 때 유아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분유와 비스킷, 비타민 등 영양 보조식품을 월 2만t, 연간 24만t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북한을 상대로 10여 년간 인도적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한 미국인은 지난 12월 23일 미국 내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합(대표 수잔 솔티)'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지원 사업은 정의와 목표 설정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현 시점에서 북한에 옥수수, 쌀 등을 지원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모니터링을 하더라도, 식량의 대부분은 주민들보다 다른 누군가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한 탈북자는 북한정권에서 일할 때 '모니터링 된 곳에서 식량을 다시 회수하여 그것을 군대에 전달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식량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