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정책 보다 실질적인 삶에 관한 쇄신 먼저 나와야” 김종인 “한나라, 특정계층 대상으로 하는 정당 아니다”
  •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는 김종인 비대위원의 주장에 대해 “우리의 목적은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인데 찬반이 되다보면 잘못된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활동시간이 촉박한 만큼 당 쇄신안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으로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 ▲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5일 당 정강정책 변경은 잘못된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양호상 기자
    ▲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5일 당 정강정책 변경은 잘못된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양호상 기자

    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모든 국민들은 계층을 막론하고 정치권이 고통스러운 삶을 해결해주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실질적인 삶에 관한 (정책이) 먼저 나와 국민들이 ‘쇄신한다고 해서 삶을 챙기는구나’하고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 표현 삭제를 둘러싼 당내 찬반 갈등이 증폭될 경우, 자칫 비대위가 당 정강‧정책 논란에 함몰돼 비대위의 정책쇄신 논의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 정쟁으로 비화될 경우, 양대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커녕 싸늘한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 실질적인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내면서 거기에 맞춰 정강정책 변경이 뒤따라가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더 와 닿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종인 비대위원은 “한나라당은 선거 때 투표율이 낮기를 바라고, 낮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 한나라당이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 비대위원은 “화두를 던진 것은 당의 이념전쟁을 유발을 일으키고자 하는 게 아니다. 20~40세대 성향은 이념지향적이 아닌 가급적 순조롭게 이뤄지는 걸 바라는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204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낡은 정강정책에서 ‘보수’ 문구를 삭제, 이념지향적 정당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 김종인 비대위원은 5일 한나라당은 이념지향적 정당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양호상 기자
    ▲ 김종인 비대위원은 5일 한나라당은 이념지향적 정당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양호상 기자

    김 비대위원은 비대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에도 “한나라당은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정당이 아니다. 표 먹고 사는 것이 정당의 운명”이라고 삭제 추진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는 “현재 논의중으로 당의 절차상 정강의 개정은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른다. 민감하게 반응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의 의도와는 달리,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주장해 왔다.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은 “급기야 중도보수 가치마저 표에 판다니 제가 마음을 접어야겠군요. 이제 정말 떠나야겠네요”라며 탈당 의사를 내비쳤다. 같은 친이계인 조전혁 의원도 “당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당을 죽이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보수와 반포퓰리즘을 삭제하겠다는 김종인 비대위원, 아예 한나라당 철거반장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시지”라고 맹비난했다.

    친이계인 홍준표 전 대표는 “부패한 보수, 탐욕적인 보수가 문제지, 참보수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 이러면 당 정체성이 사라져 보수도, 진보도 아니게 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쇄신파인 원희룡 의원은 “시대가 바뀌면 내용도 바뀌는 것인데 정강·정책에 보수라는 단어 자체를 못 박아두는 게 과연 시대 발전의 변화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