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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분향소' 거부한 서울대생들
"분향소가 설치되면 가서 산산조각 내겠다"
"천안함·연평도 전사자에 대한 분향소 설치는 생각해본 적이라도 있나""북한 인민을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자리에서 김정일의 넋을 기릴 수 있는가"
"김정일은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 남한 관련 테러뿐 아니라, 북한 인민들을 굶겨 죽이며 본인은 호의호식한 최악의 지도자"
"스탈린, 차우셰스쿠보다 더한 인권 탄압까지 자행한 김정일에 대해 분향소를 차리자는 제안 자체가 폭력"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자고 하고 그의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측이 보면 꼭 ‘수구꼴통’이라고 악다구니를 해댈 댓글들이다. 그러나 이건 서울대학생들의 말이다.
민노당 소속 한 여학생이 김정일 분향소를 서울대 구내에 설치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대다수 서울대생들이 그렇게 펄쩍 뛰었다는 것.우리 사회에 자생적 면역력이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이게 성숙된 민주사회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오래 동안 우리 사회에는 김정일 증후군과 종북 증후군에 대한 시민사회의 자생적 항체가 별로 작동하질 않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대항력은 국가 공권력이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일부는 ‘공안통치’ ‘반공주의’라고 매도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위기의 자유민주 헌정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겠나?하지만 시민사회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친북 종북에 빼았긴 상태에서 국가권력만으로 대처하는 것은 ‘촛불’과 ‘희망버스’에서 보았듯이 턱없이 달렸다. 경찰서장이 얻어맞고 전경들이 포위당해 신분증을 탈취당하고 옷까지 벗겨졌다.
선진국에서는 국가 공권력이 나서기 전에 시민사회의 면역력이 극단주의자들의 주장과 행패를 눌러버린다. 서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극렬 혁명주의자들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던 것은 시민사회의 압도적인 다수파, 즉 이성의 세력이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그렇게 돼야 한다.
서울대학은 1960년대부터 저항의 요람이었고 1980년대 이후로는 그 흐름의 한 가닥이 극좌 운동으로까지 일탈하기도 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균형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학생들더러 ‘진보’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다만 극좌와 친김정일과 종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진보’로 가려면 ‘민주적 좌파’까지만 갔으면 하는 것이다. 친북 종북은 ‘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 어떤 눈으로 보았기에 김정일 분향소를 차리자는 입장에서는 김정일을 ‘진보’로 본다는 것인가?200만 명을 굶겨죽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는 해네시 꼬냑과 캐비어를 비행기로 날라다 먹은 김정일을 ‘진보’라고? 그가 총책임자로 있는 요덕수용소에서는 교형리들이 임신한 부녀자 배 위에 올라가 쾅쾅 짓이겨 낙태를 시키는 판을 뭐, ‘진보’라고?
서울대 캠퍼스 안의 이성의 회복, 균형 감각의 회복, 지성의 회복, 감성의 치유(治癒)를 대망한다.
서울대가 어떤 곳인가? 계몽사상을 원류로 하는 자유정신의 보루다.
자유정신은 권위주의 억압이든, 극좌의 폭압이든, 일체의 ‘우상의 전제(專制)’를 거부하는 정신이다.
보수도 거기서 나오고 진보도 거기서 나와야 함을 요구하는 정신이다.
서울대 캠퍼스 안에서 그 동안 한 쪽으로 치우쳤던 풍조가 바로잡아지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