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7거지악

    하태경 (열린 북한방송 대표)

  • 한나라당이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기 위해서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결정했다. 그 전에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탈당하는 진통을 거쳤다. 친박계 의원들도 계파를 해체한다고 한다. 의원 전원이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뭔가 파격적인 쇄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왠지 공허하다. 비대위가 구성되어도 획기적인 변화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그 이유는 뭘까? 한나라당이 국민들한테 왜 버림받았는지 그 원인에 대한 진지한 자성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169명의 국회의원을 가지고 있는 제1당 한나라당은 왜 국민들로부터 동네북이 되었을까?
    왜 한나라당은 다음 총선에서 100석 건지는 것도 쉬워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락에 떨어졌을까? 필자의 분석으로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이를 한나라당의 7거지악이라 부르겠다.

    첫째, 한나라당 의원들은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이 없다.
    자신의 사익과 특권이 공동체의 비전과 미래보다 앞선다. 12월 7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TV 조선 인터뷰에서 "정권 잡고 보니 MB 주위에 정권이 아닌 이권을 위해 모인 사람들만 바글바글하더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MB 정권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꿰뚫은 지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기 개인 출판기념회에서는 수천 명 모아도 FTA지지 집회에는 한 명도 안 모은다. 그에 반해 민노당 의원들은 FTA 반대 집회에 나가 온 몸을 내던지며 투쟁한다. 최근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관이  국가기관(선관위)을 디도스(DDos) 공격하는 반국가행위를 저질렀다. 집권 여당에서 이런 반국가적 행위가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의 기풍이 국가와 공동체를 앞세우지 않고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익을 앞세우는 것과 과연 무관한 것일까?

    둘째, 한나라당은 동지애가 없다.
    적어도 민노당은 반대한민국적인 정당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는 똘똘 뭉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을 흔드는 민노당 같은 세력들과 싸우는데 앞장서기 보다는 당 내의 동료를 음해하고 모함하는데 더 능하다.

    이런 당내 기풍은 안상수 전대표의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5월 4일 다음과 같이 언론에 피력했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는 권력을 좇아 아귀처럼 물어뜯는 아수라장 같았다. (당 최고위원들은) 어떻게 하면 나를 끌어내릴까 하는 게 목표였다.... 대표 취임 첫날부터 작심하고 흔들어대는 데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최고위원들은 저마다 자기 것만 챙기려 했지 당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역사에서 망하는 나라의 가장 큰 공통점은 자기편들끼리 이전투구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자기의 적과 싸우기 보다는 자기들끼리 싸우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한나라당 169명 의원들이 민노당 강기갑 하나를 못이기는 것이다. 이런 당이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세째, 한나라당은 무소통 정당이다.
    민노당 등 종북좌파들은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데 한나라당은 국민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다.
    종북좌파는 김대중, 노무현 때보다 현재 MB-한나라당 체제하에서 급증했다.

    역대 정권 중 종북좌파가 가장 성장했던 시기는 전두환 전 대통령 때였다. 그 때 정권은 종북세력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보다는 그들을 감옥에 잡아넣기만 했다. 종북세력들은 자신들을 민주화 운동 세력으로 위장했고 이는 국민들에게 통했다. 그래서 전두환 정권은 그저 민주화운동하는 사람들을 감옥에 잡아넣는 반민주적 정권이 되었다.

    물론 MB-한나라당 정권은 전두환 정권 시기처럼 폭력적이지는 않지만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것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정권 초기 광우병 괴담이 판칠 때에도 대통령뿐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 그 누구도 광우병 괴담에 정면에 맞서서 싸운 사람이 별로 없다. 최근 한미 FTA 괴담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자기 지역구에서 한미 FTA 진실을 설파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한 사람도 없다.

    네째, 한나라당은 특권이익집단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한나라당은 국민 80%가 지지하는 상비약 수퍼마켓 판매를 이익집단의 로비에 넘어가 실현시키지 못했다.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위해서 이익집단과 정면에서 싸우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 부패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공익보다는 사익을 앞세우고 국가보다는 이익집단을 먼저 생각하다보니 부패비리가 단절될 수 없다. 정권을 잡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실세들의 뇌물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여섯째, 한나라당은 우파 불임정당, 우파종결당이다.
    우파재생산 기능을 상실했다. 우파의 비전, 가치, 정책생산, 교육 기능 없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는 비전, 가치, 정책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단지 여론조사하는 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한나라당 당원에 대한 교육, 토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지역구에 가보면 민노당, 민주당 당원들은 무상복지, FTA 반대 등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논리적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당원들에겐 아무도 왜 무상복지에 반대해야 하는지 한미 FTA를 반드시 해야하는지 교육하고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지역에서 야당 당원들과 한나라당 당원들이 만나면 논리적으로 백전백패다. 나아가서 야당 당원들의 논리가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점점 스며들어 간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2중대가 되고 민노당의 3중대가 되는 것은 한나라당 기층에서부터 이념적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우파종결당이다.

    일곱째, 한나라당은 기회주의 정당이다.
    가치와 정책의 일관성 없이 인기 있다 싶으면 금방 노선 갈아탄다. 사실 한나라당이 감세 이야기한 게 고작 몇년 전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감세 주장이 인기가 있자 감세 깃발을 내걸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주당의 복지 주장이 인기를 얻자 과거 감세 주장은 까맣게 잊고 막대한 증세를 동반하는 복지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런 중대한 정책 전환은 당 내의 심각한 노선 투쟁을 수반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 감세에서 증세로 노선 전환한 것에 대해 당내 노선 투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야말로 무개념 정당인 것이다.

    이번 주 안에 박근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가 출범한다고 한다.
    국민들은 누가 비대위원이 되는지 주목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7거지악, 이 일곱가지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비대위원이 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쇄신은 어려울 것이다. 그저 국민들에게 좀 알려져있고 중도를 지향하거나 약간 좌파스럽고, 단순히 권력만 좇는 그런 사람들만 모인다면 한나라당은 영원히 구제받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