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여만에 '2선 후퇴' 비대위장 짐 덜어주려는 뜻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면서 핵심 측근들이 일제히 '2선'으로 물러나는 형국이다.

    지난 4년 여간 박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해온 이정현 의원은 '대변인격'이라는 직책을 내려놨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후에도 차기 대권주자로 언론의 관심이 잦아들지 않자 ‘대변인격’이라는 직책을 맡아 최근까지 박 전 대표의 뜻과 행보를 언론에 알려왔다.

    박 전 대표가 어떤 직책을 맡지 않았는데 ‘대변인’이라는 당직을 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차원에서 언론은 이 의원에게 대변인 ‘격(格)’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줬다.

  •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이정현 의원이 지난 10월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이정현 의원이 지난 10월 이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의원은 15일 “박 전 대표가 어떤 당직도 없는 상태에서 언론 편의를 위해 대변인 역할을 해왔지만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게 되는 만큼, 대변인 역할을 공식 창구로 넘기고 업무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박 전 대표에게 이 같은 의사를 전했고, 박 전 대표는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할 예정으로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그는 “박 전 대표가 당과 정당 정치를 살리고 앞으로 큰일을 해나가는데 옆에서 보이지 않게 조용히 마음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인 이 의원의 이런 결정은 박 전 대표가 오는 19일 비대위원장으로 5년 6개월 만에 당 운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가 측근에게 둘러 쌓여있다” “소통이 어렵다” 등 당내 비판이 있었던 만큼 측근 외 다른 인사들도 박 전 대표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나겠다는 의도이다.

    이와 맞물려 친박계에서는 계파 해체 및 당직을 맡지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친박계 의원모임인 ‘여의포럼’이 해체를 눈앞에 두고 있고 친박 핵심 의원들은 “당직 근처에 얼쩡거리지 말자”고 외치고 있다.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친박은 모두 물러나고 나도 당직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겠다”고 했다.

    최 의원은 “지금은 경쟁보다는 통합과 화합을 하고 힘을 모을 때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대권을 향하고 있는데 무슨 계파, 무슨 계파 등 이런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