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대선출마 가능..당 대표 지위 및 권한 부여까지
  •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채워진 족쇄가 6년 만에 풀리게 됐다.

    한나라당은 1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상임전국위에는 총 78명의 위원 중 47명이 참석, 비대위 설치 근거 규정을 비롯한 당헌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위는 대표최고위원이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 비상상황에서 설치되며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위원을 구성한다.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대표최고위원 또는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이 임명하며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상임전국위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는 즉시 해산되며, 비대위가 최고위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은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이번에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박 전 대표가 실질적으로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누리면서도 대선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05년 당 혁신위원장이었던 홍준표 전 대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를 제정해 대선주자 박근혜 전 대표를 압박했다.

    당시 홍 전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를 위해 2006년 지방선거 이전에 박 전 대표가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혁신안을 내놓았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빼앗아 세력 확대를 막으려는 시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장파와 친이계 진영의 뜻에 따라 결국 박 전 대표는 홍준표 전 대표의 혁신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한나라당이 1997년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모두가 박근혜 전 대표만 바라보고 있다.

  •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친이-쇄신 당내 어느 세력도 박 전 대표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데 대해 이견이 없다. 아울러 최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가 유력 대권주자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쇄신파이면서 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표를 만나 재창당을 넘어서는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면 (안전한 행보를 위해) 친박으로 불리던 사람은 뒤로 물러나고 당직에 얼쩡거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친이계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친이계 일각에서는 지도부 공백 사태 수습을 위한 박 전 대표 중심의 비대위 구성과 관련, 내년 총선 공천권 행사보다 재창당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거듭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날 당헌 개정안 의결 직전, 차명진 의원이 총선 전 재창당을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차 의원은 상임전국위원이 아니어서 수정안 제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이 없다. 오는 1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면 한나라당은 실질적으로 ‘박근혜 체제’로 탈바꿈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