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등원 합의는 원천 무표" 욕설까지김진표, "사퇴하라면 하겠다. 일단 투표부터"
  • 야권통합을 놓고 몸싸움까지 벌이는 갈등에 직면한 민주당이 국회 등원을 놓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 의원들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등원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거세게 몰아붙였고, 김진표 원내대표를 위시한 온건파 의원들은 내년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원내.외 병행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의 대격돌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예견됐다. 김 원내대표는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했다"며 "한미FTA 피해 산업에 대한 예산 대책, 미디어렙, 대법관 임명동의안,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 한미FT무효화 투쟁위원장인 정 최고위원은 "등원 합의는 원천무효다. (등원합의는) 한미FTA 반대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조배숙 최고위원은 "등원을 결정해 유감"이라고 가세했다.

    이어진 의총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 의원이 각각 8명씩 발언대에 올라 팽팽하게 격돌했으며 거친 욕설까지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 원내대표는 공개 회의에서 등원합의의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이번 주말까지 일정을 협의하지 않겠다. 이 문제는 원내대표단에 일임해 달라"는 내용의 지난 7일 의총의 발언록을 공개했다.

  • ▲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등원 문제를 오는 12일 무기명 투표나 설문조사를 통해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파악한 뒤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임시국회를 열기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데 대해 사퇴를 요구하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진표 원내대표. ⓒ 연합뉴스
    ▲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임시국회 등원 문제를 오는 12일 무기명 투표나 설문조사를 통해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파악한 뒤 거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이 임시국회를 열기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데 대해 사퇴를 요구하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진표 원내대표. ⓒ 연합뉴스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사실상 백기투항이다", "경솔한 결정이다", "등원합의 소식을 듣고 낭떠러지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등원 결정은 한나라당에 산소호흡기를 준 것"이라며 원내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온건파 의원들은 "낮에는 국회에서 일하고 밤에는 광화문에 나가는 '주국야광(晝國夜光)' 투쟁을 해야 한다", "민주당 정당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등원은 불가피하다", "원내지도부를 비난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정 최고위원이 온건파이자 실무협상단인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야이 ⅩⅩ야"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안민석 의원은 "이런 막장 드라마가 어디있나. 망나니 집단도 아니고 이게 뭔가"라며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후 정 최고위원은 "거친 언사를 한 것은 수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김 원내대표는 "사퇴를 하라면 하겠다. 대신 의원 총의를 물어 당론을 확정한 다음에 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의총을 열어 등원 찬반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며 김 원내대표의 거취는 이날 의총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