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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한나라당의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는 ‘철통보안’을 위해 당내 의원 대부분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진행됐다.
한나라당은 협상파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전날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 회의를 거쳐 22일 표결처리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방침은 오후 2시 예결위 회의장에서 진행된 예산관련 의원총회 때까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다.
전혀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홍 대표가 시내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한-미 FTA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조속처리 입장을 밝힌 것을 제외하면 오전 내내 ‘기습처리’를 예견할만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대부분 국회 출입기자들도 이날 기습처리가 상당히 의외였다는 반응이다. 마치 ‘카이저소제’를 보는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영화 ‘유주얼서스펙트’의 등장인물 카이저소제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들의 상상을 뒤집는 반전을 보여준다. 이에 ‘예상치 못한 반전’의 대명사격으로 통한다.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엄태웅은 끝까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제작진과 멤버들을 속이는 데 성공해 카이저소제라는 별칭을 얻었기도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날 무렵 “오늘 아침에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회담을 했지만 민주당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오늘 통과시키자”고 지도부 방침을 전격 공개했다.
10여분 뒤인 오후 3시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를 선두로 일제히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저서 팬사인회를 위해 대구를 찾았다가 일정을 중도 마무리한 채 급히 귀경했다.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비슷한 시각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김성곤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야 협상파 각 3인으로 구성된 ‘6인 협의체’를 주도했던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의총이 끝난뒤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본청을 떠났다.
‘24일 본회의 직권상정’에 대비하고 있던 야당으로서는 완벽하게 허를 찔렸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강창일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 중이었다가 오후 3시10분께 여당의 기습 점거 사실을 전해 받고 본회의장으로 부랴부랴 이동했다.
다만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FTA 표결처리 불가피성에 공감하고 있던 터라 이날 표결처리 가능성에도 염두에 뒀다는 전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