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한-미 FTA는 소신과 철학의 문제···정치적 책임 대상 아냐”한나라 “지난해 서명 취지가 무조건 불출마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협상에 의한 합의 처리’를 주장해온 민주당 협상파 의원들이 흔들리고 있다.

    <동아일보>가 한나라당과 민주당 ‘온건-협상파’ 의원 44명 중 29명(한나라당 16명, 민주당 13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한 결과, 민주당 의원 중 “(직권상정에 따른) 표결에 참여해 소신을 밝히겠다”는 의원은 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의원도 익명을 요구했다.

    반면 8명이 직권상정할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원혜영 의원은 “여야가 직권상정 제한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상황인 만큼 직권상정에 의한 표결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론을 따르겠다”는 의견(4명)도 있었다. 강봉균 의원은 “표결 참가 여부는 당에서 정하는 것이다. 한-EU FTA 비준안 처리 때는 (당론에 따라) 불참했다”며 전례를 들었다.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나라당이 표결을 강행할 경우 저지에 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9명의 의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미 FTA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날치기해선 안 되며 여당이 일방 처리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토론하자’는 생각이지만 한나라당에서 물리적 처리를 강행한다면 방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종표 의원은 “직권상정이 몸싸움의 원인”이라며 여당에 몸싸움의 책임을 돌렸다.

    물리적 저지에 불참하겠다는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이 중 한 의원은 “지금 독립운동 하는 시대도 아니고 군사독재도 아닌데 물리적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은수 의원도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박 의원이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야 온건-협상파 의원 중 다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총선 불출마 등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의원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처럼 총선 불출마 자체를 거론한 적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김재윤 의원은 “한-미 FTA는 소신과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당시 서명 취지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면 무조건 불출마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권영진 의원은 “내가 표결에 참여하고, 몸싸움이 일어날 경우 깨끗하게 불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에선 지난해 12월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 불참’ 의사를 밝히며 서명한 의원 21명이, 민주당에선 “대화와 타협의 국회를 만들자”며 ‘민주적 국회 운영모임’을 결성한 23명이 ‘온건-협상파’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