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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일 국회를 직접 방문해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들을 만나 한-미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1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15일로 미뤄달라는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단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하고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접하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손학규 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정식 제의나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방문해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는 것은 국가 원수의 기본적 의전도 아니고 예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방문 강행 입장을 고수하자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방문할 경우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의 회동자리에 참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정치권을 설득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야당에 촉구하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야가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내년 1월1일 발표계획이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 대통령의 발걸음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취임 이후 국회를 방문한 것은 취임식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참석까지 포함해 네 차례 있었지만, 이는 모두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었을 뿐 자발적 여의도행은 이번이 처음이 된다.
국회 시정연설도 취임 첫 해 두 차례만 직접 한 이후 총리 대독을 계속 시켰을 만큼 평소 ‘여의도 정치’를 멀리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국회를 찾아가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과 보수층에서 이 대통령에게 야당을 직접 설득해달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온 것도 이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을 포함한 협상파 의원들은 전날 청와대에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강력히 건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권을 직접 설득하는 행보가 야당 지도부와의 면담 성사 여부와는 관계없이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가 원수가 직접 국회를 찾아가 의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노력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여론 환기 효과를 불러 일으켜 점점 약화돼 온 한-미 FTA 비준 동력을 다시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기점으로 그동안 지지부지했던 한-미 FTA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에게 한-미 FTA 협조 서한을 발송하는 등 대화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야당도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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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쇄신의 일환으로 여야 지도부에게 비준안 합의 처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FTA가 새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절충파는 ‘물리력 저지’를 피하고 여당과의 소통-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다른 의원들의 질타에도 불구,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의 고사를 예로 들며 원내대표로서 ‘국익’과 민주당을 위해 길을 열고 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소신을 접지 않았다.
그는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무엇이 진정 국익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민주당을 위한 길인지를 찾아 원내대표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치권 내에선 이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쇄신파가 주장하는 ‘여권 쇄신론’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