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자기희생과 변화 빠졌다···기득권 내려놔야”유승민 “사고방식 바꿔야···이 쇄신안으론 어림없어”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 실질적 ‘쇄신’을 둘러싸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식 견해들이 쏟아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쇄신의 진정성까지 의심 받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준표 “당사부터 없애자”

    먼저 홍준표 대표는 지난 5일 여의도 당사를 폐기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 7개층을 임대한 중앙당사가 폐지되면 기존 중앙당 사무처 근무 직원 120여명의 사무실을 국회 안으로 옮기고 월 1억2천만원의 임대비-관리비 등을 줄일 수 있다.

    홍 대표는 공천 기준도 대대적으로 손질할 방침이다. 특히 법 위반자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 받을 만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비례대표 공천 방식을 대폭 손질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후보 가운데 50%를 ‘슈퍼스타 K’와 같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국민경선 방식으로 공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20~40대와의 소통강화 등을 골자로 한 당 개혁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쇄신 연찬회도 열 계획이다.

    ■ 원희룡 “기득권부터 내려놔야”

    그러자 원희룡 최고위원이 홍 대표를 겨냥했다. “주말에 나온 쇄신안에 자기희생과 변화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원 최고위원은 7일 “(홍 대표의) 쇄신안에는 당사축소와 정책협의회의 외부인 참여, 일부 비례대표에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도입 등이 있는데 어디에 자기변화와 자기희생이 들어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책의 변화는 물론 공천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희생, 당 지도부와 대표부터 자기 기득권을 내려놓고 부당한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실천 없이는 또다시 되풀이되는 한나라당표 도돌이표식 쇄신 아이디어는 이벤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의원이 청와대에 요구한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를 못하는 것도 있지만 당내 변화의 동력을 살려가고 서로 키워가면서 함께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은 청와대에, 청와대는 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공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유승민 “이것 가지고는 어림없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홍 대표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쇄신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설명이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한나라당이 가져온 정신상태부터 바꾸고 자세와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천과 정책, 당청관계, 외부인재 영입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형식이 아니라 본질을 말할 쇄신방안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똑바로 보고 거기에서 당 쇄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주말 한나라당의 쇄신방안이라고 언론에 거론된 몇가지 내용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다. 내용에 동의하고 안하고를 떠나 그 정도 쇄신안으로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변한다고 인정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다양한 개혁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비판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개혁 방안 중 상당수가 경쟁 관계에 있는 당내 세력들을 겨냥한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 제1사무부총장인 이혜훈 의원은 “공식적인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설익은 쇄신안이 난무하게 되면 국민들이 혼란과 실망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