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전면쇄신에 나선 가운데 당내 `잠룡'(潛龍)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대권 물밑경쟁이 본격 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쇄신 논쟁을 고리로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정책행보'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준 전 대표는 박 전 대표가 당 쇄신의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간 침묵해 온 김문수 경지지사도 7일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미래한국국민연합 주최 행사에 참석,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쇄신"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김 지사 발언의 수위를 봐야 하지만 당 쇄신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그가 대권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최근 트위터에 "내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객토를 하든 땅을 바꾸든 해야 할 걸세"라며 `객토론'을 재차 언급해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현재로선 박 전 대표측과 정 전 대표가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 대표가 `박근혜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정 전 대표의) 참모 중에 정치 공학을 헛공부하고 온 사람이 있지 않나 싶다"고 꼬집자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참모, 그분들이 정치공학을 잘못 배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반격한 바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박 전 대표에 대해 중국의 미생이라는 젊은 사람이 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많이 오는데도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 결국 익사했다는 중국 고사 `미생지신'(尾生之信)을 인용해 비판한 이후 계속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지사의 경우 앞으로 전면적인 당 쇄신을 요구하며 당내 입지 확대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

    김용삼 경기도 대변인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지사가 내일 미래한국국민연합 주최 행사에서 재창당 수준의 강력한 쇄신을 한나라당에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한국국민연합은 지난해 11월16일 창립된 단체로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 수호를 기치로 내건 보수세력연합 시민단체다.

    여권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주자들이 연대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