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철수 지원에 대선 전초전 양상···정치권 재편 가능성도與 ‘안철수-박원순’ 검증, 野 ‘승기 굳혔다’ 확신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판세는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 박원순 후보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선거 구도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안 원장의 대리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 ‘박근혜 對 안철수’ 대선 전초전 방불

    안 원장은 이날 오후 안국동 선거캠프를 방문, 박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멀리서나마 계속 응원하고 있었는데 열심히 하셔서 꼭 원하는 바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율이 60%를 넘었으면 좋겠는데 투표일 아침 기온이 1도로 뚝 떨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송호창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투표율 45% 또는 50%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동구청장 지원차 부산으로 이동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오늘은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라며 직접 반응을 삼갔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안 원장의 지원 방침과 관련해 “박원순 후보가 선거 막바지까지 남에게 매달려 선거를 치르려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협찬 선거운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안철수 지원, 선거에 얼마만큼이나 영향 미칠까?

    초박빙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박원순 후보는 나경원 후보를 넘어서기 위해 힘겹게 안철수 원장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지원이 남은 기간 동안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분석과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골고루 내놓고 있어 쉽사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안 원장의 등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박 후보 지지율이 월등하게 오르기보다는 검증국면에서 이탈했던 중도성향 유권자의 표를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나 후보와 박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원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경원 후보 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인 김성태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에 대한 신선함은 이미 거품이 빠졌으며 박 후보 지지도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 안 원장의 등장은 새로울 것도, 참신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안 원장의 야권 단일대오 합류를 환영한다. 안 원장의 지지 선언은 일부 부동층의 투표를 독려해 승세를 확실하게 굳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 ■ 향후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권에선 대선 전초전으로 비화된 이번 선거가 향후 정국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권 재편 가능성과 함께 경우에 따라 ‘빅뱅’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정치 분석가는 “선거판이 대선 전초전으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여야가 이날 안 원장 선거지원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인 것도 향후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탓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 교수들이 특정 정파에 함몰돼 편향된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판에 들어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는 프레스센터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원장의 등장은 선거 판세가 박 후보에게 어려워졌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남자가 쩨쩨하게 치졸한 선거캠페인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당원과 전통적 지지층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 후보의 승리를 우리가 만들어 낸다는 자세로 총력 지원전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내가 떨어지면 안철수 원장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발언한 박원순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과 같은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신뢰받는 인물이 나를 지지하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