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안철수' 행보..대선구도 선명해질 듯朴 당선 땐 기성 정치지형 재편 가능성도
  •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3일 범야권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선거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

    안 원장은 이날 오후 박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드리고 싶다"며 구체적인 선거 지원 방법을 결정한 뒤 24일 다시 연락을 갖기로 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둔 24일부터 사실상 `박원순 구하기'에 뛰어들기로 함에 따라 초박빙이던 막판 판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안 원장 등판 효과를 놓고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우선 안 원장이 움직이면 그동안 박 후보를 지지했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 이후 부동층으로 돌아섰던 중도층이 재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또 안 원장에 큰 호감을 갖는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끌어내는 효과도 예상된다.

    승패를 가르는 최대 요인인 부동층 껴안기와 투표율 제고는 박 후보에게 든든한 원군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안 원장이 선거 막판 혜성처럼 등장함에 따라 한나라당이 반격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선거전이 박 후보 측의 판세 굳히기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안 원장이 등판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을 기록한 박 후보의 지지도에는 이미 안 원장 지지층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부동층은 10%안팎으로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국민일보와 여론조사기관 GH코리아가 지난 18일 서울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유선전화 임의번호 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46%)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무응답이라고 밝힌 148명 중 `안 원장이 선거 지원을 하면 실제 투표에서 박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사람은 8.2%에 그쳤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35.5%에 달했다.

    안 원장의 박 후보 지원은 사실상 `정치인 안철수'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지난 9월 서울시장 출마 검토 이후 차기 대선후보 양자 대결에서 여권의 유력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의 구원 등판으로 `안철수 바람'이 다시 불어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여야의 차기 대권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치 행보는 야권의 판도 변화도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시민사회가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거머쥐거나,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인 `제3세력'이 등장해 기성 정치지형을 재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등 야권은 안 원장의 박 후보 선거운동 지원을 환영하면서도 내심 내년 총선과 대선 판도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앞으로 안 원장의 정치 행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며 "어떤 형태로든 야권의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