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풍(안철수 바람)'을 맞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휘청' 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맞수'로 떠오르면서 야권의 주요 대권주자로 꼽히던 손 대표의 지지율은 4~5%대로 추락했다.

    안 원장 중심의 '제 3세력' 창당론이 논의되면서 '대안정당'으로서 민주당의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민주당의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18대 대통령선거 1년전인 오는 12월 18일 이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손 대표로서는 다급한 상황을 맞게 됐다.

    손 대표에게는 당장 10.26 서울시장 보선이 리더십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를 비롯해 후보 선출 과정에서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경선룰을 정하면서 당내 비주류인 정동영-천정배 최고위원 등과 '사사건건' 마찰음을 빚어낸 것도 리더십에 큰 상처를 안겼다. 추석을 앞두고 천 최고위원이 손 대표에게 '공개사과'를 했지만 이미 당 안팎에서는 당 지도부가 지지율을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 후였다.

  •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야권의 유력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박원순 변호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손 대표에게는 당내 입지를 굳히는 것만큼이나 민주당을 구하는 일이 시급하다. 손 대표가 '이기는 후보'를 내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범야권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한명숙 전 총리가 13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 후보는 박원순 변호사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후보가 이뤄질 경우, 야권통합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뒤따를 수는 있지만 '정당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민주당으로서는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다. 

    손 대표가 이날 박 변호사를 만나 "민주당은 열려 있다"며 사실상 입당을 권유한 것도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이어 2년 연속 수도권 지자체장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비극'을 연출하지 않기 위한 뜻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야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변호사가 입당할 경우, 민주당은 '이기는 후보'를 배출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박 변호사의 뜻을 완고했다. "국민은 현재의 정당 질서가 아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며 사실상 거부의 뜻을 전해 손 대표를 머쓱하게 했다.

    앞서 박 변호사는 8일 한 인터뷰에서 "과거 선거를 보면 2번(민주당)이 아니라 다른 번호를 달아도 당선됐다"며 '기호 2번'에 대한 로열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손학규 대표로서는 당이 '투트랙 경선'을 치르기로 한 만큼, 박 변호사 '영입'에 계속 공을 들이는 한편 민주당 후보를 배출 박 변호사와 경쟁을 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당 핵심관계자는 "박 변호사의 입당이 무산된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른 측면이 있다. 더 소통, 교류 하면서 의견을 좁혀 나가다보면 결국에는 같은 배를 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