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김영선 정면충돌..“병 걸린 사람들이 많아”홍준표 “비공개 회의 않겠다!” 회의장 뛰쳐나가
  • ‘안철수 쓰나미’가 한나라당을 덮쳤다.

    중진의원들이 서로 앞장서 자아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격한 언쟁을 듣다 못한 홍준표 대표가 강제로 회의를 종료하고 뛰쳐나갈 정도였다.

    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다.

    먼저 원희룡 최고위원이 “낡은 것으로 규정된 세력은 결코 새로운 세력을 이길 수 없고, 소인배 정치는 대인배의 감동 정치를 이길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며칠간 한나라당의 많은 행태와 인식들이 낡은 정치, 소인배의 정치로 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특히 “국민은 자기 고통을 외면하고, 성희롱한 국회의원 제명안을 문닫고 부결시키면서 정치적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한나라당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아예 눈을 감았다.

    그는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 분노를 강남좌파의 쇼라고 매도하는 한 한나라당은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김영선 의원이 발끈하며 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많은 국회의원의 생각과 고뇌를 기득권과 잘못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독단적 의견이자 모독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격앙된 말투였다.

    그는 “많은 고뇌하는 정치인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게 (원 최고위원은) 사과해야 한다. 안철수가 새로운 지도자상을 만들어낸 것은 맞지만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불편한 표정을 짓던 홍준표 대표가 “오늘은 됐다”면서 만류에 나섰지만, 남경필 최고위원이 틈을 주지 않았다.

    남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드롬에서 배울 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원 최고위원을 거들었다. 그는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가르고 성전이나 낙동강 전투 등의 표현을 쓰면서 갈등을 초해하는 정치를 그만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언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인상을 구기고 있던 홍 대표는 “자기 혁신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해정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중진의원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이어 홍 대표는 “비공개 회의는 하지 않겠다”고 책상을 두드리며 말한 뒤 그대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정몽준 전 대표가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

    원 최고위원과 김 의원의 충돌은 홍 대표의 퇴장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 의원이 원 최고위원에게 “다 같이 만들어가는 당인데 그렇게 하면...”이라며 거듭 불만을 표시하자, 원 최고위원은 “정신 차리세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원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지지율과 관련한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에 빗대 “병 걸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라고 꼬집은 뒤 자리를 떠났다.

  • ▲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원희룡 최고위원과 김영선 의원의 언쟁을 만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 원희룡 최고위원과 김영선 의원의 언쟁을 만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