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중진의원들 “지금 우리 많이 불편합니다”
  •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이 또 다시 불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여당 내 ‘물갈이론’이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영남권을 시작으로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 현역 중진의원들의 교체를 의미하는 ‘물갈이론’은 이달 초 당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가 지도부가 부랴부랴 사태를 수습하고 나서 잠시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31일 김형오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물갈이 열풍’이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현역 중진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 김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적으로 당이 힘들고 어려울 때 백의종군하는 모습이 정치권의 신뢰회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불출마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남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 ‘불출마 도미노’에 대한 경계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한 친이계 의원은 “당내 많은 중진의원들이 김형오 의원의 결단을 지켜보면서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보다는 영남권 중진이 그렇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던 영남권 중진의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린다.

    이들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한 데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내심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사태가 앞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지에 대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측 인사는 “우리가 뭐라고 언급할 게 없지 않으냐. 이 전 부의장의 내년 총선 출마 문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한 측근은 “박 의장도 계속 거취에 대해 고민 중이며 올해 연말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존경스러운 결단”이라고 밝히면서도 말을 아꼈다.

    영남의 한 친박계 의원은 “그 점에 대해 따로 코멘트할 게 없다”며 불편함 심기를 에둘러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