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판하다 옹호,"한달만 국회의원"하다 "이제는 6선",보수하다 좌로 더 좌로
  • 전(前) 국회의장,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의 갈지(之)자 걸음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김형오 의원이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단 한 표라도 더 건져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일까. 표심(票心) 앞에는 ‘전 국회의장’이라는 명예와 타이틀도 소용없는 것일까. 

    최근 “보수 정권의 위기가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더니 좌파 진영의 연대체인 ‘희망버스’를 옹호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차성 그의 발언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관성 결여다. 이명박 정부와 대기업을 날카롭게 비난하다가 상황이 바뀌면 다시 감싼다. 오락가락이다.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전도유망한 후배에게 물려줄듯 하다가 끝내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출마의사를 비춘다.

    이러한 그의 행보를 두고 “상황에 맞춰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같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김형오 의원은 어떤 발언을 해 왔을까. 그가 남긴 족적을 한 번 따라가 보자.

  • 나도 한 때는 기개 있는 보수 정치인

    #1. 동남권 신공항 선정 발표에 앞서 (3월16일 블로그)

    “신공항의 본질적 문제는 사라진 채 지역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서로의 감정만 자극하면서 사생결단의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인은 마땅히 주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만큼은 다른 무엇보다 화합과 공동 번영, 국익의 차원에서 돌아봐야 한다.”

    당시 김 의원의 발언은 지역 정가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핵심 지역사업을 마다한 것을 두고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당당했다. 수차례 언론을 통해 “국익을 위한”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기개 있는 보수 정치인이었다.

    보수주의 정치사상의 토대를 만든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가 연상되는 듯한 기개였다. 그 자신 의원이었던 버크는 국회의원은 지역구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국익과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활동한다고 선언하고, 정당은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이란 정당정치의 모델을 만든 보수주의 정치사사의 원조다.

    지역구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에 입각한 소신 발언은 한국정치 풍토에 보기 드문 신선한 정치행위로 받아들여졌다.

    한나라당, 4~8년 후를 보고 정치하자(?)

    #2. 4.27 재보선 참패 이후 (4월28일 블로그)

    “진정 죽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도 내년에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에는 죽더라도 4년 후, 8년 후를 보고 정치하자. 그러면 혹 살는지 모른다. 정치 안 해도 좋으니 이것만은 지켜 나가겠다. 아니 이것을 지키기 위해 나는 죽겠다.

    한 달을 하든 4~8년 국회의원을 하든 한 번 한 것이다. 그랬으면 됐다. 무엇을 더 바라는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국민 웃기는 소리 이제 그만해라. 국민이 보기 싫어하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두라. 떠나라.”

    정치인은 자신의 욕심을 과감히 버리고 당을 위해 국회의원직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5선 선배 의원으로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한나라당에 활기를 불어넣는 대목이다.

    그리고 본인 또한 과감히 의원직을 던질 수 있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그에 대한 평가는 높아만 갔다. 

    그러던 그가 3개월이 채 안돼 하는 말이...

    #3. “나는 내년 총선 출마해야겠다” (7월7일 기자간담회)

    최근 김형오 의원은 부산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역적으로 혁신도시와 뉴타운 등 큰 프로젝트가 많아서 연륜이 어린 분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며 19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불과 9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서 ‘물갈이론’이 일던 터였다. 

    그는 “국회의장까지 했는데 또 나오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정치적 욕심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3일 뒤.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김 의원은 다시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2~3일간 일부 언론은 내가 총선 출마 선언을 했다고 보도했고, 이와 관련해 ‘뜬금없는’ ‘독선적인’ ‘지역정서와 맞지 않는’ 등의 표현을 쓴 언론도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런 보도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물론 지역구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제발 이런 식으로 나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위기론은 이제 식상한 얘기다.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 한나라당을 상대할 민주당 중진의원들은 자기 지역구를 벗어나 수도권과 영남권 등 사지로 직접 뛰어들겠다고 자처하고 있다.

    호남에서 3선을 지낸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은 수도권에서 출마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앞서 전북에서 4선을 한 장영달 전 의원은 경남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대표도 호남을 떠나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과 서울에서 재선을 한 김영춘 전 의원은 각각 적지나 다름없는 대구와 부산에서 출사표를 던질 각오다.

    이에 비춰 김 의원의 “내 지역구에는 큰 프로젝트가 많아 어린 사람은 할 수 없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의원들 중 중대한 현안사업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의원이 있을까. 사연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애꿎은 언론 탓이다. 

    “6선 도전” 발표 직전 ‘조남호 때리기’

    #4. 20여년간 조용하던 그가...

    “한진중공업 사태는 사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정부 조사가 미진하다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3월3일)

    “한진중공업은 조남호 회장의 개인기업이 아니라 노동자와 임직원, 국민들이 모두 함께 키운 기업이다.” (6월22일)

    “제3자, 정치인들 때문에 한진중공업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영도조선소에서 열린 파업과 관련해 딱히 큰 목소리를 낸 적이 없는 그가 올 초부터 갑자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타깃은 조남호 회장이다. 김 의원은 조 회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나아가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조용히 있다가 왜 ‘조남호 때리기’에 집중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다. 수차례 영도조선소에서 파업이 있어 왔지만 항상 입을 다물고 있던 김 의원이었다.

    다만 정치권에선 2000년 16대 총선 때 한나라당이 젊은 피를 수혈, 35%의 현역 의원을 교체해 선거를 치른 상황을 비교하고 있다. 당시엔 한나라당이 야당이 되면서 자진 정계은퇴를 선언한 의원들이 많았다.

    최근 여의도에는 ‘40~50대’를 주축으로 쇄신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이를 본 김 의원의 머릿속에 2000년 당시 상황이 떠올랐을까. 정가에는 그가 6선에 도전하기 위해 굵직한 이슈와 커다란 타깃을 고르고 골랐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후 김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출마 의지를 피력하며 “우리 지역은 큰 프로젝트가 많아서 연륜이 어린 분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 ▲ 한진중공업 노사협상이 지난달 27일 최종 타결된 가운데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오른쪽)와 채길용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한 뒤 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진중공업 노사협상이 지난달 27일 최종 타결된 가운데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이사(오른쪽)와 채길용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노사협의 이행합의서에 서명한 뒤 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이어 게임

    #5. 김형오 “조남호 본적 없는데” vs 한진重 “우린 만났는데” 

    김형오 의원은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400여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거리에 내몰렸음에도 기업총수가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장막 뒤에 숨어만 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을 지낸 그 지역 정치인인 내가 면담이나 통화 요청을 해도 거부하기를 벌써 십수번인데 노동자들에게는 오죽 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 조 회장과의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만나기는 커녕 전화통화조차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측의 얘기는 달랐다. 한진중공업 측은 “지난해 2월 영도조선소 문제로 김 전 의장을 만났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진중공업 한 관계자는 <스포츠서울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 전 의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영도조선소 문제로 조 회장과 김 전 의장이 의장실에서 따로 만났다고 구체적인 장소까지 거론했다.

    아울러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지난 5월 조 회장을 비롯해 한진중공업 관계자들이 김 의원실을 분명히 다녀갔다"는 말이 돌고 있다. 두 차례나 만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다른 쪽에서 일방적으로 소문을 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조남호 때리던 김형오 “재벌 그만 때려”

    #6. 조남호는 재벌이 아니었던가? (6월29일 최고중진연석회의)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 공세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경제단체장들이 최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과 다른 소리를 냈다고 일부 의원들이 ‘재벌에 대해 손을 봐야한다’는 등 과격한 언사를 쓰면서 언로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인데 한나라당 의원이나 정치인 개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언로를 막아서는 안되며, 대기업 총수가 말한 것이 마음에 안든다고 비난한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재벌이니 대기업이니 하며 싸잡아 나쁘다고 하고, 서민-노동자라고 무조건 옳다고 하는 획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을 보는것 같다. 어느 쪽이 진실한 김형오 의원인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이젠 희망버스 운전해도 되겠네

    #7. 좌클릭, 좌클릭, 左 ‘더블클릭’+‘우격다짐’ 

    7월13일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 김형오 의원 발언 요약

    “한진중공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을 지나서 그날 오후까지 진행된 이 사태는 단순한 노사갈등, 노노갈등을 넘어서 이 정권과 정부 존재의 이유를 심각하게 묻고 있다. 정리해고 철회, 노동자 복지, 비정규직 완전 철폐 이런 것을 넘어서서 정권타도, 정권퇴진을 공공연히 주장했다.

    억수 같은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서 최대 1만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몰려든 시위자, 대학생, 젊은이들이 모두 정권타도에 동조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고, 그런 줄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정권이 싫어서 몰려 온 것만은 사실이라 하겠다.

    여기에 대해 현재까지 보면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당은 수수방관이다. 평화적인 시위를 하라, 자진해산을 요구하는 것으로 사태가 해결되겠는가.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접근조차 하지 않고 또 제대로 처방도 내놓지 않는데, 엄청난 정권적 위기가 올 수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의 근본원인이 사주의 부도덕성과 방만한 경영, 독단적인 무리한 해고였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정부가 미온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정부를 부산시민이 믿고 따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부산 일대 지역 시민의 분노를 달래지 못한다면 정권과 당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뻔하다.

    내년이면 선거가 있다. 정권의 위기, 당의 위기가 한진중공업과 부산에서 오고 있다.”

  • ▲ 2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9일 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가려다 차로를 완전 봉쇄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 2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9일 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로 가려다 차로를 완전 봉쇄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시민들 “희망버스? 다시는 부산 오지 마라”

    #8. 막무가내 ‘희망버스’에 부산 시민들 ‘학을 떼다’ (7월12일 뉴데일리 보도 발췌)

    지난 9일 ‘2차 희망버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벌이자 부산 112 신고센터의 전화통에서는 ‘불이 났다.’ 신고 내용은 ‘대체 경찰은 뭐하는 거냐’ ‘저런 시위대를 왜 그냥 두느냐’는 비난 전화가 대부분이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10일 시위대가 돌아간 뒤 지역 민심은 더욱 싸늘했다. 특히 영도구민들은 “이런 시위는 처음 본다”고 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한진 노사합의를 무시하고 불법집회를 강행, 15시간의 도로점거로 주변 주택가와 상가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영도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며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부산 시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6개월 넘는 한진 파업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돼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시위대가 와서 ‘희망’이 아닌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고도 했다.

    “김진숙 방문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지역민에 대한 배려는 일체 없는 게 무슨 ‘희망버스’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영도 구민들은 “그동안 주민들은 불편하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참아 왔는데 영도에서 가장 큰 봉래교차로를 점거해 15시간 동안 일대 도로가 차단돼 주말 가족 나들이가 엉망이 됐다. 한진의 정리해고자와 김진숙 씨에 대해 평소 걱정스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불편과 고통만 안겨주는 이런 시위는 반대”라는데 목소리를 같이했다. “앞으로는 제발 희망버스 같은 행사를 영도에서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김 의원은 “부산 일대 지역 시민의 분노를 달래지 못한다면 정권과 당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뻔하다”고 발언했는데 대체 어느 시민의 분노를 달래야 한다는 것일까.

    김 의원을 겨냥하는 시민들의 분노일까, 희망버스에 치를 떠는 부산 시민들의 분노일까.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장까지 지낸 김형오 국회의원. 젊고 참신한 후진들을 키워야 할 대선배로서 그런 후진들을 '어린 분'으로 표현하며 또 출마를 준비하는 김 의원.

    그는 진정 영도구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