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정몽준·김문수 與 잠룡 ‘촉각’오후 5시 퇴임식 ‘로키(low-key)’ 행보 유지
  • 이재오 특임 장관이 31일 오후 퇴임식을 갖고 장관직에서 물러난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퇴임식을 거행할 예정이라고 여권 관계자가 전했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한 뒤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이임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인 이 장관은 이로써 취임 1년만에 국무위원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 장관은 지난 2008년 4.9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에서 한동안 정치적 칩거 생활을 하다 귀국해 2009년 9월말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이어 지난해 7.28 재보선에서 4선 의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한지 불과 11일만에 특임장관에 발탁됐다. 이런 연유로 18대 국회에선 장기간 자리를 비워둔 상황이다.

  • 이 장관은 당에 복귀하더라도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 조용한 행보를 유지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정부청사 기자실에 들러 “나는 이제 토의종군(土衣從軍:백의종군보다 더 낮은 자세로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무대는 지역구인 은평구와 여의도가 될텐데 은평구를 떠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장관이 잠재적 대선주자인데다 친이계 좌장 역할을 했었다는 점에서 과거 이 장관과 다소간 대립 관계에 있었던 친박계는 그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친박계 일부에선 긴장관계를 유지하기보다 10.26 재보선 등 일련의 정치일정에서의 ‘윈(win)-윈(win)’을 기대하는 눈치다.

    구상찬 의원은 “이 장관이 큰 정치력을 갖고 있으므로 친이·친박 할 것 없이 당을 잘 아울러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당내 다른 잠룡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정몽준 전 대표 측은 그의 당 복귀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특임장관으로서 이미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해온 데다 줄곧 예비 대권주자로 분류돼온 만큼 당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문수 경기지사 측도 이 장관의 복귀가 당장 대권경쟁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권 불출마 선언으로 대선경선 ‘흥행’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이 장관의 복귀는 대권경쟁에 대한 당내 여론을 환기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장관은 내달 중순 후임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뒤 당 복귀가 가능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과 행동을 같이 할 지 아니면 먼저 당으로 돌아올 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당 복귀시에는 현재 소속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정치권의 화두가 복지인데다 이 장관이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지위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