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아마르 카다피 아들의 연인이 네덜란드의 유명한 종군 기자의 조수로 위장해 리비아를 탈출했다.
30일 네덜란드 일간지 드 페르스는 카다피의 넷째 아들 무타심(35)의 연인인 네덜란드의 패션 모델 탈리사 반 존(39)이 지난 29일 화물선을 이용해 트리폴리에서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로 간신히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드 페르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네덜란드의 종군기자 아르놀트 카르스켄스(55)가 반 존을 자신의 조수인 것처럼 가장시켜 출입국관리소를 통과시키는 등의 도움을 줬다.
반 존은 지난 2월 이후 소식이 끊겼던 `남자친구' 무타심의 초청으로 지난 8일 리비아에 도착했다. 트리폴리 함락 1주일 전까지만 해도 5성급 호텔 코린티아에 머물며 무타심과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전황이 나빠지자 무타심은 호텔을 떠났고 이후 반군이 호텔 로비에 들이닥쳐 카다피군과 전투를 벌였다. 반군이 방에 들이닥칠까 겁이 난 반 존은 발코니에서 몸을 날렸으나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
입원해 있던 반 존은 카르스켄스를 만나자 "반군이 내 신분을 알면 산 채로 화형시킬까 두렵다"며 살려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카르스켄스는 반 존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며 "누가 묻거던 내 조수라고 말하라"고 시킨 뒤 트리폴리 항만까지 데려 갔다. 출입국 사무소의 관리들이 반 존을 알아봤으나 마침 그 자리에 있던 반군이 카르스켄스와 안면이 있어 무사통과됐다.
잡지 플레이보이 모델로도 활동했던 반 존은 한때 무타심과 함께 모나코 왕실 행사 등 유럽 사교계에도 자주 나타났었다.
반 존은 지난 2004년 무타심을 처음 만나 연인이 됐고 비싼 선물들도 많이 받았으나, 무타심 주위에 여자가 많아 연인 관계는 3개월 만에 깨지고 `친구 관계'로 남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월 트리폴리 방문 시 동행한 반 존의 여자친구를 무타심이 성폭행한 사건 이후 연락이 끊겼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당시 반 존이 무타심에게 자신을 넘겨 주기 위해 트리폴리에 데려 갔다고 주장하면서 네덜란드 사법당국에 반 존을 인신매매혐의로 고발했다.
반 존은 트리폴리에서의 일이 악몽 같아 빨리 잊고 싶다면서도 무타심과의 관계나 리비아 등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해 그간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반 존은 지난 8일 무타심을 6개월 만에 다시 만났을 당시 "과거의 모습과 달라져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늘 부자 부모를 둔 플레이보이 같은 스타일로 행동했던 무타심이 수염을 잔뜩 기르고 총을 든 채 나타났으며, 마치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을 것처럼 눈빛이 냉혹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카다피의 8명의 자녀들 중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은 무타심이 유일하다. 1975년생인 그는 아버지의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최근까지 뜨는 별이었다.
그는 둘째형 사이프 알-이슬람의 최대 라이벌로 꼽혀 왔으며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가 공개되면서 호화저택의 존재가 외부세계에 드러났다. 서방과 아랍권 언론 보도에서도 무타심은 행방 추적이 가장 어려운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