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지고 나서는 더욱 강해져 돌아왔다"투표 결과 겸허히 받아 들이겠다"며 떠났지만...
  • ‘교도소 담장을 넘나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정치인의 인생이란게 여의치만은 않다.

    항상 끊임없는 결단과 그에 따르는 희비를 감수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오세훈이라는 정치인의 인생은 특히나 기구하다.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차기 대권주자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치열한 승부에서 살아남았는 지를 짐작케 한다.

    역설적으로 오세훈 시장이 이만큼 성장한데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은 ‘승부사’ 기질이었다. 이길 때도 있고 질때도 있는 승부였지만, 지고 나서는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회견을 가진 뒤 퇴장하고 있다. ⓒ 뉴데일리

    2004년이 그랬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오 시장은 오세훈법이라는 정치자금법을 발의하고 한나라당 60대 용퇴론 등을 내세웠다. 젊은 나이에 거대 정당에 일침을 가할 만큼 기백 하나만은 대단했다.

    당시 오 시장이 개혁론을 부르짖고 국회의원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면, 답보상태였던 한나라당이 2008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다.

    그로부터 1년 반만에 오세훈은 돌아왔다.

    그것도 한나라당의 삼고초려라는 명분과 함께 영원한 대권후보라는 서울시장으로의 화려한 컴백이었다. 지난 참여정부의 '아이콘'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도 꺾었다. 당연 오 시장에게는 정권 탈환의 '선봉장'이라는 훈장이 주어졌다.

    2010년에는 여세를 몰아 한명숙 전 총리까지 물리쳤다. 사상 최초의 재선 서울시장으로 등극했고 그의 승승장구는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런 오 시장이 이번에는 ‘시장직 사퇴’라는 2번째 위기를 맞았다. 비약적인 논리이긴 하지만, 어쩌면 알면서도 그 스스로 불러들인 '기구한 운명'일지도 모른다.

    24일 저녁 8시30분. 주민투표 패배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의 미래, 바람직​한 복지 정​책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쳐 안타깝습니다. 투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시장직을 던질 때는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었던 오 시장이었다. 패배한 날에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새로운 정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조용히 기자회견장을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뒷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