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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에 무저항 입성하고 빠른 속도로 장악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반군이 픽업트럭을 타고 트리폴리로 진군하는 데 정부군 측의 저항을 전혀 받지 않아 카다피군이 녹아 없어진 듯하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반군이 약 100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트리폴리로 입성했는데 트리폴리 시민들이 길가에 늘어서 반군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반군이 트리폴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카미스 여단'인 32여단 주둔 기지 함락이 결정적이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반군은 지난 21일 나푸사 산(山)에서 트리폴리 서쪽으로 진격해 들어왔으며 카다피의 5남 카미스가 이끄는 리비아 최정예부대인 `카미스 여단'을 접수했다.
`카미스 여단'은 실질적인 카다피 정권 수호군으로 트리폴리에서 약 26㎞ 떨어진 기지에 주둔해 있었다. 이 부대는 다른 부대와는 달리 징집병이 아닌 카다피에게 직접 충성을 맹세한 청년들로 구성됐는데 이날 반군 측에 접수될 때 특별한 저항이 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여기에는 카다피 측 내부의 배신이 있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반군 고위 간부는 이곳 지휘관 중 한 명이 몇 년 전 카다피가 자신의 형을 숙청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반군에 투항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반군이 서부에서 진격을 하기에 앞서 이날 새벽 미스라타에서 온 반군들은 해상을 통해 트리폴리 동부 타요우라 지역에 도착해 카다피군과 교전을 벌이며 시내 진입을 시도했다.
진격 방향도 중요했다.
반군의 주력인 동부 반군은 그동안 동쪽 벵가지에서 시작해 제3의 도시인 미스라타 등 항구도시와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투를 벌였다. 카다피 세력도 동부 반군을 대항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카다피 세력이 서쪽 산악지대에서 게릴라식으로 활동하던 서부 반군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탓에 트리폴리를 쉽게 내줬을지 모른다고 미국 일간지 LA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들은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자위야 등 출신의 청년들로 그동안 이들이 올린 전과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수도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산악지대에서 전투력을 키워왔다.
아울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도 한몫했다. 나토 공습은 정부군의 대규모 이동을 불가능하게 했다. 또 지난 3월 대대적인 공습은 카다피 측의 주요 공격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정부군이 동부 벵가지를 회복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미국이 트리폴리와 주변에 대한 항공 감시를 대폭 강화한 게 최근의 교착상태를 깨고 반군이 빠른 속도로 트리폴리로 진격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미국과 나토 관리들이 주장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 나토와 반군 간 협력이 최근 수주일 사이 정교해지면서 전투력이 증강됐다고 이들 관리는 말했다.
미군은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24시간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무인 전투기 프레데터를 동원해 주요 군사시설을 탐색하고 공격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지상군 특수부대를 파견해 리비아 반군을 훈련시키고 무장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20일 밤부터 트리폴리 시내 이슬람 사원을 중심으로 결정적인 시기를 준비해온 반군 `세포 조직들'이 오랜 암약에서 벗어나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6개월간 무장을 갖추며 카다피 정권에 맞설 준비를 해오다 반군과 나토군이 트리폴리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하자 시내에서 들고 일어나 반군의 트리폴리 입성을 도왔다.
과도국가위원회의 한 간부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트리폴리에 있는 세력들과 긴밀히 협조해 트리폴리 진격 작전을 벌였다"고 강조했다.
한 외교 관리는 "리비아 정부군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휘체계 혼선이 오고 전투력이 감소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반면 훈련과 장비로 반군의 전투력은 향상됐다. 우리가 본 것은 지난 2~3주 사이에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력 곡선의 교차"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