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초래한 결과 인지못하는 등 현실에서 괴리"새어머니 "평범하고 행실 바른 청년"..정보당국 "완전한 악마"
  • 노르웨이 연쇄 테러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자신을 일종의 '구세주'로 여기고 있으며 범행 결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등 정신이상으로 보인다고 변호인이 26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브레이비크의 변호인 게이르 리페스타드는 이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브레이비크가 지난 25일 법정에서 정부청사 폭탄공격과 우퇴위아 섬 총격을 무슬림의 식민지화 하고 있는 유럽을 구하기 위한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고 전했다.

    변호인 리페스타드는 "그는 유럽과 서방을 해방시키기를 원했다고 했다"며 "자신을 일종의 구세주로 여겼다"고 말했다.

    매우 차갑고, 현실 세계에서 괴리된 성격을 가진 브레이비크는 자신을 유럽 기독교 가치를 구원하기 위해 죽을 운명을 가진 전사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리페스타드는 또 브레이비크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몇 명이나 죽였는지 설명을 요청하는 등 자신이 저지른 일의 결과와 파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망자 수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브레이비크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리페스타드는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이밖에 브레이비크가 정신과 의사 2명으로부터 정신감정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 취지 변론을 할지 밝히기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브레이비크가 테러 직전 다량의 약물을 복용해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그가 복용한 약물에는 운동선수들이 실력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강력한 자극제인 에페드린과 카페인, 아스피린 등이 들어있으며, 이로인해 그는 더욱 공격적이 됐고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데일리 메일은 또한 "브레이비크가 총기를 난사하는 동안 아이팟을 꽂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가 수감될 곳은 소형 냉장고와 평면 TV를 갖추고 욕실까지 딸려 있어 창살조차 없는 세계에서 가장 호화스런 교도소라고 전했다.

    반면 브레이비크는 과거 폭력적·반이슬람 성향을 보이지 않는 평범한고 행실 바른 청년이었다는 주위의 증언도 나왔다.

    브레이비크의 새어머니 토브 외베르모 씨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그가 몇달 전까지만 해도 폭력적이거나 반(反)이슬람적인 행동을 전혀 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직 외교관인 외베르모는 브레이비크가 4살 때 그의 아버지와 결혼한 뒤 10대 때 이혼했지만 최근까지 연락하고 지냈으며, 지난 3~4월께 마지막으로 봤다고 전했다.

    외베르모는 브레이비크의 정신상태를 직접 평가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단정하고 평범한 노르웨이사람"이었으며 아는 것이 많고 말도 잘하는 청년으로 기억했다.

    정치에 대해 논할 때도 특별히 반이슬람적 성향을 표출하지 않는 등 일반적인 노르웨이인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브레이비크는 책을 쓰고 있다고 여러 번 말하면서 책에 대해 자랑스러워했지만 어떤 내용인지 밝히기는 꺼렸다고 외베르모는 덧붙였다.

    그러나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변호인의 정신이상 주장을 일축했다.

    정보당국을 이끄는 얀네 크리스티안센은 27일 "내 변호사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용의자들은 정신상태가 정상이지만 마음이 뒤틀려 있다"며 "그는 완전한 악마"라고 말했다.

    한편 노르웨이 정보당국은 브레이비크와 연계된 노르웨이 또는 영국 내 조직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27일 밝혔다.

    "우리 조직에는 2개의 점조직(cell)이 더 있다"고 한 브레이비크의 진술에 따라 당국은 연계 조직 존재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