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진관사 방문, 주민투표 의지 다져"표 의식한 과잉복지 10~20년간 고통줄 수 있어"
  • ▲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준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진관사에서 생각에 잠긴 채 산책하고 있다.ⓒ연합뉴스
    ▲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준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진관사에서 생각에 잠긴 채 산책하고 있다.ⓒ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비밀리에 찾았다.

    다음달 24일쯤 치러질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서울시 측은 설명했다. 진관사는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세금급식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뒤 고민에 빠진 오 시장이 수차례 찾았던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절이다.

    오 시장은 전날인 25일 밤 진관사에서 하룻밤을 머문 뒤 아침부터 계호(84) 주지스님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과잉복지와 표를 얻기 위한 복지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대한 국민의 선택 여부를 묻는 투표가 될 것"이라며 "다음달 24일을 전후로 치러질 예정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려면 극복해야 할 산통"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가) 이제는 너무나 많은 함의가 담긴 주민투표가 돼 버렸다."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끝까지 강행키로 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전면적 무상급식을 단순한 급식의 문제나 몇백억 예산 사업, 밥한끼 먹이는 문제 등으로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국민이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번 투표의 의미를 충분히 알리는 노력을 한다면 투표율이 34%를 쉽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오 시장은 가정을 예로 들며 미래를 생각하는 복지정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한 가정이 집을 사려면 상당기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인고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듯이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큰 물꼬를 트려면 고비마다 겪는 산통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표를 의식한 당장의 과잉복지는 10~20년간의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또 "작년 12월에는 결심하기 위해서 진관사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주민투표에 임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면서 다잡기 위해서 왔다"며 "시장직을 거는 문제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호(84) 진관사 주지스님은 "여러 일이 있어도 건강을 챙기고 마음 편하게 임하라"면서 "되는 만큼 되는 거니 너무 애쓰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오 시장에게 전했다.

    진관사는 고려시대 현종이 자신의 스승이자 목숨을 지켜준 진관대사를 위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2009년에는 진관사 칠성각 해체 복원과정에서 역사적 가치가 큰 독립신문을 비롯한 신문 6종 20점이 태극기 안에 싸인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