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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 준비는 길었지만 결과를 아는 순간은 찰나였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국 운영에 한 숨을 돌리게 됐다. 잃어가던 집권 하반기 추동력을 힘껏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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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과 평창 2018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관계자 등이 6일 오후(현지시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유치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모험이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을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었다. 유치에 실패한다면 시쳇말로 ‘독박’을 쓸 수도 있었다.
평창이 두 번째 도전했던 과테말라 IOC 총회에 참석했다 실패를 맛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7월5일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서 유치전을 펼쳤으나, 1차 투표서 1위하고도 2차 투표서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 했다.
더구나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복권시켜 IOC 위원 직무에 복귀토록 한 것도 짐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정치적 갈림길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이라고 어렵사리 발음하자, 이 대통령은 벌떡 일어나 두 손을 치켜 들었다. 짓누른 압박을 단숨에 떨쳐버릴 기쁨이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함께 남아공 더반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던 청와대 참모진은 출발 전 극히 말을 아꼈다. 성공을 예상해 말을 아끼지 않다가는, 국민의 기대치만 높이고 IOC 위원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들 참모진들도 이제는 단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은 평창 유치 첫 일성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을 낮추고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이제 국민들은 이 대통령에게 지지율 만회로 보답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 사례가 그랬다. 최근 20% 후반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2002년 5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중반대를 오락가락 했다. 그러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하자 40% 중반대로 껑충 뛰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 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그 해 8월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의 박태환 선수와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딴 뒤에는 20% 중반대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의 활약으로 우리나라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포인트 올라가는 효과도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가 향후 국정 운영과 대통령의 국정 추진력에 일정 이상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해 집권 여당 전반이 심리적으로 상당한 ‘반전의 에너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국 운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 정국’에 너무 기대는 것은 ‘금물’이라는 충고도 뒤따른다. 스포츠가 끌어올리는 지지력은 지속성이 낮아 감동이 떨어질 때쯤이면 국민들 뇌리에서 쉽게 잊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대통령은 뜨겁게 달아 올랐던 월드컵 4강 진출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가량 빠졌다.
궁극적으로는 저축은행 사태, 치솟는 물가, 청년실업 문제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다잡아 나가야 동계올림픽 유치에 따른 효과를 길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