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안 논의 없고, 여야 합의 파기 책임공방만민주당 대표실 ‘도청’ 논란도 제기…“증거 내놔라”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24일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와 관련해 끝내 파행했다.
    이날 문방위 전체회의는 지난 22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합의에 따라 김인규 KBS 사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진행됐다.

    당시 여야는 24일과 28일 각각 추가 심의를 거쳐 28일 오후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 처리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23일 KBS의 공정성 등 선결조건을 내세우면서 여야 합의를 하루 만에 파기, 이날 회의는 인상안 논의 대신 ‘책임 공방’으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의 일방적 합의 파기에 따른 사과를 요구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먼저 기습처리 등을 시도했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표결 처리에 대한 ‘재합의’를 요구하며 사실상 회의에 보이콧 하자, 민주당은 수신료 인상의 선결조건에 대한 정밀검증 및 심의과정 방송 중계를 요구했다.

    오전 ‘날선 공방’에 이어 오후 회의가 3시가 다 되어서 속개됐으나 한나라당은 산회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여야 합의 사항이 무산됐으므로 오늘 회의는 의미가 없고 이것으로 산회하는 게 옳다는 게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오늘 예정대로 선결조건에 대한 KBS의 입장을 듣고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송법 개정 문제를 논의한 뒤 수신료 인상을 처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재희 문방위원장은 “양당 간 현격한 입장차가 있다”며 속개한지 5분 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만 회의장을 지켰고, 오후 내내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대한 흠집내기만 한 채 회의를 파행시켰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ㆍ문방위원 연석회의 발언록이 공개돼 논란이 불거졌다.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 발언록을 보면 민주당 한 최고위원이 ‘지금부터 민주당 사람들이 총집결해야 한다. 몸을 던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용이 있다. 거짓이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김재윤 의원은 “당시 회의가 비공개로 이뤄졌고 당이 작성하지도 않은 속기록을 한선교 의원이 어떻게 갖고 있느냐. 누가 도청을 했는지, 어떻게 기록을 입수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가 도청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수사기관에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선교 의원은 “발언 내용은 내 측근이 민주당에서 흘러나온 메모지를 토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금 시대에 무슨 도청이냐. 도청의 근거가 있다면 제시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