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KBS 인상안’ 합의…하루 만에 ‘파기’

민주당이 23일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와 관련 여야 합의를 하루 만에 파기했다.

오는 28일 열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키로 한데 대해 항의에 부딪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이처럼 ‘춤추는’ 정책에 원내 리더십 논란 등 거센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이날 오전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문방위 연석회의에서는 전일 합의와 관련해 정동영, 정세균, 천정배, 이인영 등 대부분의 최고위원들이 강도 높게 질타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KBS 수신료 문제는 당의 노선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인데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지도부 협의도 거치지 않고 결정한 것은 심각한 절차상 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한나라당 이중대로 전락하느냐, 수권정당으로 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섰다”고 비난했다.

최고위 분위기가 반대쪽으로 돌아서자 김진표 의원은 끝내 합의를 번복했다.
그는 고위정책회의에서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 제도적 보장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 등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을 다해 수신료 인상을 막겠다”고 했다.

그는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지는 않겠다는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는 (최고위의) 지적도 수용하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손학규 대표가 합의사실을 몰랐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손 대표는 물론 박영선 정책위의장과도 얘기했다.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전날 합의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처리한다고 오후 늦게 발표해서 설마 했는데 (한나라당은) 어제 또다시 문방위에서 날치기 처리를 시도할 줄은 몰랐다”고 한나라당이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얻어터질 것도 각오했던 일이다. (합의하지 못했으면) 그날로 날치기 처리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날치기 처리를 막아야 한다는 긴급한 상황 등으로 인해 극한적 방법으로 저지하지는 않겠다는 멘트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용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선결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수신료 인상안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야 합의 백지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원내 지도부는 리더십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당 이미지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안소위서 인상안이 강행처리 되자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 했던 게 엊그제 인데, 덜컥 합의를 했더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론을 인상안 저지로 뒤늦게 결정했으나, 오는 24일과 28일 각각 문방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어 실제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