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7대 총선처럼 ‘불출마’로 새바람 일으킬까민주, “분위기 넘어왔었는데”…15대 총선서 쓴맛
  •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7.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년 ‘총선 불출마’ 카드를 던졌다. 원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에서 연달아 3선을 지냈다. 그는 불출마 선언의 연유로 ‘자기희생’을 강조했다.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4.27 재보선 패배로 당 지지율이 반토막이 되자 내년 총선에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감은 살얼음판과 같다. 재보선 분당을 패배 여파가 수도권 전역에 퍼진데다 ‘강남지역 안전벨트도 끊어졌다’는 발언까지도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해결책으로 2004년 17대 총선 공천을 주목하고 있다. 17대 총선은 한나라당이 2004년 말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까지 맞물려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선거였다.

    당시 146석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에선 비례대표를 포함해 50석 안팎을 얻으면 선전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때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현 경기지사를 비롯한 남경필, 원희룡 의원, 오세훈 현 서울시장 등 소장파들은 60대 용퇴론, 5·6공 인사 퇴진론을 주장, 밀어붙였다.

    그 결과 3선 이상 의원 16명을 포함해 27명의 현역 의원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영남권에서는 3선 이상 의원 20명 가운데 단 6명만 공천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공천개혁을 통해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을 뚫고 121석을 건졌다.

    한 초선의원은 “지금 위기론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가열될 텐데 현역 의원들의 자기희생이 일정부분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새로운 인물로 한나라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민주, “분위기 넘어왔었는데”…15대 총선서 쓴맛

    한나라당의 당권 교체론과 맞물려 민주당도 긴장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당의 당권경쟁이 40, 50대 기수 등의 각축전이 전개되면서 한나라당의 쇄신 바람에 되레 야당이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4.27 재보선 승리 이후, 저축은행 사태, 대통령 측근 비리 등 여권에 악재될 사건들이 잇따르자 내년 4월 총선 전망을 맑게 봤다.

    젊은 기수들이 전면에서 ‘쇄신’을 외치는 한나라와 달리 민주당의 상당수 예비 당권주자들은 60대 후반이다. 올해 말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을 위해 뛰고 있는 박지원 의원(69), 정대철 상임고문(67), 김태랑 전 의원(68)이다. 소장파 의원들 중에서는 40대의 이인영 최고위원 정도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의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민주당은 서울시장을 비롯, 기초단체장을 대거 당선시켰다. 지방선거 직후부터 여권은 줄줄이 터지는 대형 악재에 ‘야당의 승리’는 손쉬워보였다.

    그러나 여당은 개혁과 세대교체로 맞섰다. 과감한 외부인사 영입과 철저한 인물론을 바탕으로 공천 개혁을 일궜다.

    1996년 초 YS와 대립했던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민중당에 몸담고 있던 현 이재오 특임장관‧김문수 경기지사, 소장파 법조인으로 꼽히던 안상수‧홍준표 의원, 인기 앵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발탁했다. 기업인 출신으로 전국구 의원이던 이명박 의원은 서울 종로에 나섰다.

    선거 결과는 야당의 참패. 분위기를 믿던 야당은 79석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간판 중진들은 대거 낙선해 당선자 중 상당수는 정치 신인이었다.

    민주당은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공천 개혁을 통해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최대한 낮추고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 개혁특위는 대선과 총선에 출마할 대통령 후보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완전 국민경선제’로 선출하는 동시에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위원장은 총선 6개월전에 사퇴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