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감, 이탈리아-스페인으로 본격 확산라가르드 "G7, 2차 긴급 접촉..한번에 하나씩 풀자"
  •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지원을 엉거주춤하게 유보한 가운데 이탈리아가 그리스의 재판이 되지 않기 위해 재정 긴축책을 준비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역부족 등으로 인해 계속 흔들림으로써 시장 불안감은 갈수록 높아지고만 있다.

    AFP는 20일(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 증시가 이날 2% 이상 폭락했다면서 특히 은행주의 경우 방카 포폴레어 디 밀라노가 7.39%나 주저앉는 등 낙폭이 컸다고 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지난달 이탈리아의 등급 하향 가능성을 경고한데 이어 또다른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도 지난 17일 Aa2인 이탈리아의 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킨 점을 상기시켰다.

    또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겸 재무장관도 지난 18일 독일 신문 회견에서 그리스 사태 해결이 지연되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위기가 유로권의 또다른 재정 위기국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물론 스페인에 전이되기에 앞서 벨기에와 이탈리아에도 충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벨기에와 이탈리아의 적자와 채무 수준이 높은 점을 상기시켰다. 또 "우리가 불장난하고 있다"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AFP는 이탈리아가 이같은 시장과 유로권의 압박을 의식해 2014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율을 0.2%로 낮춘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400억유로를 절감하는 긴축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장 주문이 지난 3월 전달에 비해 8% 감소하고 4월에도 6.4% 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가 계속 허덕이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와중에 지난 1분기 GDP 성장이 0.1%에 그친 점도 상기시켰다.

    AFP는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설상가상으로 5월의 지방선거와 이달초의 원전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점을 지적하면서 따라서 획기적인 재정 감축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이탈리아는 그리스와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노력이 먹혀들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도 지난 17일 성명에서 이탈리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낮은 생산성과 노동과 제조 쪽의 경직성이 지난 몇십년간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으며 지금도 회생을 저해하는 주된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자협회의 엠마 마르세가글리아 회장도 "지금이 매우 민감한 시점"이라면서 "정부가 400억유로 재정 감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법인세 인하를 포함해 획기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지원 유보로 시장 불안감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1일 '그리스 불안이 채권시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2년 만기 그리스와 독일 국채간 스프레드(수익률 차이)가 이날 0.33%포인트 더 벌어져 25.5%포인트에 달했다고 전했다.

    10년 만기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간 스프레드도 0.99%포인트 벌어져 1.94%포인트가 됐으며 10년 만기 스페인-독일 국채간 스프레드의 경우 2.7%포인트로 전날보다 0.09%포인트 더 벌어진 것으로 저널은 덧붙였다.

    저널은 10년 만기 스페인과 독일 국채 스프레드가 지난달 0.4%포인트 더 벌어진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시장에서 유로권 3대 재정 위기국인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다음이 스페인'이란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투자자들이 그리스 위기 헤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시장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면서 5년물 이탈리아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가 지난 1월 260베이시스포인트(1bp=0.01%)까지 치솟았던 것이 4월에는 120bp대까지 낮아졌으나 또다시 180bp를 넘어섰음을 상기시켰다.

    부도 가능성을 상품화한 CDS의 상승은 그만큼 이탈리아 채권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S&P의 유럽 국채 신용평가 담당 책임자 모리츠 크래머는 20일 독일 신문 회견에서 그리스 채권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그리스 채권 차환에 동참하더라도 이것이 '사실상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판단이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EU는 IMF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설득해 그리스 채권 은행단이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채권을 자발적으로 인수하는 방법으로 그리스의 직접적인 디폴트를 우회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저널은 이와 관련해 '그리스 사태 해결을 지연시키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한편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9일 밤 긴급 전화 접촉한데 이어 20일에도 2차 전화 접촉키로 했다고 밝혔다.

    섹스 스캔들로 돌연 퇴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뒤를 이을 차기 IMF 총재로 가장 유력시되는 라가르드는 "모두가 (그리스 위기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시 전화 접촉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일정표와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으나 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라가르드는 이어 EU와 IMF 실사팀이 그리스의 긴축안 마련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21-22일 아테네를 또다시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 의회가 재정 긴축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어떻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번에 하나씩 풀어가자"고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유로 재무장관 회담은 그리스에 대한 5차 지원금 120억유로 전달 결정을 돌연 유보함으로써 그리스가 더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