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오세훈 시장에게 공개서한 보내포퓰리즘 논쟁 격화
  •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당초 ‘표(票)풀리즘’ 논쟁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한참 뛰어넘고 있다. 이제는 서로가 날카로운 발언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찌르고 있는 형국이다. 

    시작은 남경필 의원이었다. 그는 7.4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8월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제는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는 만큼 주민투표제를 철회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즉각 반발했다. 이종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포퓰리즘 정책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난무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경각심마저 일어나고 있는 이때 ‘정치적 타협’ 운운하는 것은 당 대표 선출을 앞둔 선거용 발언에 불과한 게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갑작스러운 남 의원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철회발언은 앞뒤 없이 가볍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가만히 참고 있을 남경필 의원이 아니었다. 17일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오전 9시가 되자 남 의원이 오 시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 그는 “서울시는 우리나라 수도로서 주민투표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타협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전반적으로 더 이상의 갈등을 막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남 의원은 “무상급식 문제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좋은 답안을 제시했다”면서 무상급식 대신 친환경급식지원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해 준 김문수 지사와 비교했다.

    또한 “이미 서울시의회는 1년 여간 오세훈 시장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제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100억원 이상의 혈세가 낭비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오 시장에 대해 “훌륭한 분이긴 한데 이번에 대권도전 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의 예민한 부위를 모두 건드린 것이다.

    남 의원이 파상공세를 퍼부은 가운데 이날 오전 현재까지는 서울시가 공개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이후 오세훈 시장은 어떠한 형태로든 남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반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남경필 의원의 공개서한 전문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가 과연 최선입니까?

    제가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주민투표가 갈등의 끝이 아닌 더 큰 갈등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주민투표를 해서 33.3%가 넘지 않아 무산되든, 결론이 나든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커집니다. 내년 선거에서 다시 쟁점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 민주당이 선거에서 서울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했지만 오세훈 시장도 서울시민들이 선택한 지도자입니다. 이는 분명 서울시민들이 서로 타협하고 절충하는 모습을 바라고 선택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그들만의 기싸움이나 자존심 싸움으로밖에 보지 않습니다. 이미 서울시의회는 1년 여간 오세훈 시장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제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100억원 이상의 혈세가 낭비될 것입니다. 피해자는 결국 시민입니다.

    둘째, 서울시는 우리나라 수도로서 주민투표에 더욱 신중해야합니다. 최대 지자체 서울시가 이 문제를 주민투표로 접근하면 전국의 지자체가 조금의 갈등이 있는 사안도 양보하지 않고 주민투표로 해결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투표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좋은 방식이기 합니다. 그러나 이는 충분한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나 시의회는 서울시민들을 위해 정말 진지하고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했는지부터 되돌아 봐야봐야 합니다.

    셋째, 정치의 힘, 대화와 타협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임무는 갈등을 해소하는데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타협하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 문제가 정말 이 정도의 갈등을 일으킬 문제일까요? 정치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도 문제가 안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슈를 이슈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을 이슈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권이 편을 갈라 싸우면서 국민까지 편을 갈라 싸우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치를 그만하자는 것입니다.

    무상급식 문제에 있어서 경기도가 좋은 예입니다. 김문수 지사가 좋은 답안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경기도도 무상급식시행 때문에 혼란이 있자 김 지사는 “예산을 마음대로 쓸 수만 있다면 밥 먹이는 일보다 더 효과적인 방과 후 학교나 꿈나무 안심학교 같은 데에 쓰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밥 주는 문제만큼은 서로 간의 타협으로 원만히 해결해 나가자”고 했고 무상급식 대신 친환경급식지원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해주고 여러 사업들도 순조롭게 협의해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만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수당은 각종현안을 진행하고 소수는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지 않는데 어떻게 대화나 협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누가 피해를 보게 됩니까?

    제가 주민투표를 반대하고 정치적 타협을 하자는 것도 더 이상의 갈등을 막고 시민들께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주민투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양쪽 모두 갈등이 심화될 뿐입니다.

    국민 복지를 위해 한쪽의 완승과 완패는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치인의 밥그릇을 깨고 국민들의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해, 더 이상 싸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주민투표를 하지 않고도 야당지도부와 만나 서로 양보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을 이루어 낸다면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박수쳐 주시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