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첫 여성.."北주민 귀순 보도 못봤다"
  • "여러분 가운데 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저는 국무부의 새로운 대변인 `토리아' 눌런드입니다"

    지난달 말 미 국무부 대변인에 임명된 빅토리아 눌런드(50)는 16일 청사 1층에 위치한 브리핑룸에 들어서면서 내.외신 기자들에게 이렇게 농담을 던진 뒤 첫번째 정례 브리핑을 시작했다.

    하늘색 정장 차림의 눌런드 대변인은 때때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이려 애썼으나 `데뷔전'의 긴장감은 감추지 못했다.

    이날 주요 현안인 시리아 민주화 사태 및 그리스 재정위기와 관련한 질문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읽어 내려갔으며, 민감한 질문에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국경 문제에 대한 한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나를 외교적인 문제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 좋은 시도지만 오늘 거기까지는 가지 않겠다"고 유연하게 받아넘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 의제에 대한 질문에는 "다음주에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전 브리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양자관계와 지역안보, 국제사회 공조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의 정확한 방미 일정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정확한 방미 날짜를 모르겠다"고 답했으며, 최근 북한 주민 9명의 귀순에 대해서도 "그런 보도를 보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눌런드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 이후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시작하며 "자리에 앉아서 질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임자들이 통상 연단 위에서 기자들과 마주 서서 질문을 받던 것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한 것.

    그는 첫번째 브리핑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다소 긴장이 풀린 듯 "아주 기분 좋다(Feel great)"면서 환하게 웃으며 브리핑룸을 나섰다.

    지난 1989년 3월부터 1992년 8월까지 대변인을 지낸 마거릿 터트와일러에 이어 약 20년만에 첫 국무부 여성대변인으로 기록된 눌런드는 딕 체니 전 부통령 국가안보 고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대사 등에 이어 최근까지 유럽재래식 무기감축협상(CFE) 담당 특사로 활동해 왔다.

    한편 눌런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앞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 "미국은 가장 강력한 단어로 시리아 정부의 평화적 시위 진압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첫번째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