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과 정부 추진 주요 정책 지지부진에 답답함 토로"정책을 시작했으면 잘 챙겨서 되도록 해야""靑과 정부 모두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일하라"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이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연일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각종 회의와 보고 자리에서 일반의약품(OTC)의 약국외 판매, 등록금인하 방안, 통신비인하 문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성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일하는 모습들이 답답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어떤 정책을 시작했으면 잘 챙겨서 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 청와대와 정부 모두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일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최근 이뤄진 장-차관 교체와 이달 내로 예정된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를 앞두고 업무의 연속성과 조직의 안정감이 떨어지고 있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질책과 독려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 ▲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녹색성장위-국가건축정책위의 합동 보고대회에서 공공건물의 에너지 절약 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내각과 청와대의 일하는 자세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녹색성장위-국가건축정책위의 합동 보고대회에서 공공건물의 에너지 절약 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내각과 청와대의 일하는 자세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청와대

    이 대통령은 또 "정무적 판단을 갖고 일의 결과가 가져올 효과를 미리 잘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부처 )사무관들이 만든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 수석이 OTC 약국외 판매를 유보한 보건복지부 결정 과정을 보고하자 "국민 편의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을 잘 설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하는 모습이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진영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관련 보고가 있자 이 대통령은 OTC 약국외 판매 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편익을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이 OTC 약국외 판매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자 "평소 지론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참모도 "대통령은 정책 자체에 대한 찬반이나 방향성을 말한 게 아니라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해서도 "기왕 얘기를 꺼냈으면 일이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관계자들이 현장에 가서 민심도 들어보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이와 관련한 직업 공무원들의 안이한 복무자세를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수일째 계속 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관련 촛불집회에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가 나가 선제적으로 얘기를 들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는 “그랬더니 교과부 출신 공무원이 집회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연락처를 아느냐고, 교과부 업무와 상관없는 나에게 오히려 되묻더라”고 말했다.

    그는 “교과부가 다 파악하고 있을 텐데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일할 생각은 않고 남의 손만 빌리려는 처사”라고 안타까워했다.

    청와대는 OTC의 약국외 판매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지만, 한나라당의 의견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에 예민한 한나라당은 OTC 약국외 판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건복지부와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는 OTC 문제를 계속 추진하겠지만 당의 협조가 없으면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