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최근까지 파키스탄에서 숨어지낼 수 있었던 것은 파키스탄 군부나 정보당국 전.현직 인물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서방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파키스탄 군 정보국인 ISI와 실무적으로 관련이 있는 2명의 미 정부 고위관계자와 유럽 군 정보기관 고위간부 1명의 발언을 인용, 빈 라덴이 파키스탄 내 엘리트 군사학교에서 불과 1마일(1.6㎞) 떨어진 곳에서 은신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유럽 정보국 간부는 "빈 라덴의 은신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ISI의 보호가 있었다"면서 "ISI의 일부 세력이 알카에다와 여타 군사단체의 활동에 오랫동안 관련돼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타 군사단체로는 하카니 밀리턴트 네트워크와 '정의의 군대'로 번역되는 라쉬카르 에 타이바 등 파키스탄을 근거지로 하는 테러그룹들이 포함된다.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빈 라덴의 은신처인 아보타바드 지역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40마일(66㎞) 떨어져 있고 이 지역에 전, 현직 군부대 간부와 정보기관 간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관계자들은 파키스탄 정보국의 협조에는 미군의 빈 라덴 추적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과 파키스탄 두 나라 관리들은 과연 아보타바드가 빈 라덴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갖고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2003년부터 아보타바드를 알카에다 지도부의 은신 후보지역 가운데 하나로 점찍었으며 이후 수년동안 집중 수색을 해왔다.

    2005년에는 나중에 빈 라덴의 급사로 알려진 인물이 아보타바드 지역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이 사실이 6년이 지난 뒤에 미군의 습격으로 이어지게 됐다.

    파키스탄 당국은 빈 라덴의 소재를 알고 있었다거나 숨을 곳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 근거로 2003년 파키스탄 당국의 수색정보를 미국에 넘겨주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 당국도 두 나라 정보기관간 협조가 미국의 수많은 위험한 군사작전 수행에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빈 라덴 사살작전과 관련한 정보는 파키스탄이 아닌 미국에서 나왔다고 WSJ는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